캉드쉬 IMF총재가 중국가는 까닭…'홍콩위기'차단 대책 조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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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 (IMF) 총재가 이번 주말 돌연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의 방문 목적과 배경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캉드쉬 총재는 17일 반나절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주룽지 (朱鎔基) 수석부총리.다이상룽 (戴相龍) 중국인민은행총재 등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중국 당국자들은 이번 방문에 대해 "초미의 관심사인 아시아 금융위기와 국제 금융정세에 대한 일반적 의견 교환을 위한 것" 이라며 특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하고 있다.

구체적 현안이 있다면 반나절이라는 '미니 일정' 이 가능하겠느냐는 얘기다.

하지만 아시아 금융위기로 때가 때인 만큼 그의 방중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최근 들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쁜 일정에 쫓기는 캉드쉬 총재가 중국지도부와 한담을 나눌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주권지역인 홍콩내 금융상황이 심상찮을 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거시경제가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하나 동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에 끄떡않는 무풍 (無風) 지대일 수만은 없다는 점도 곁들여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을 논의할 것인가.

우선 홍콩대책이 첫 손에 꼽히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페레그린사의 부도에다 홍콩 증시에 주가 폭락.금리 폭등이 발생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MF측과 홍콩 당국간의 쟁점이 돼온 미 달러에 대한 고정환율제 (페그제) 문제가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중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일부 국가들은 지난 94년 중국이 단행했던 위안 (元) 화 평가절하 조치를 현재 자신들이 겪는 위기의 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더욱이 동남아 각국의 경제에서 화교권이 절대적 영향력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중 상당수가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등 중국의 영향권에 있다는 역사적 특수성이 깔려 있다.

따라서 동남아 금융위기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이 해야 할 역할과 예방조치들을 캉드쉬와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베이징 = 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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