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총회…지도부 인책·경선등 놓고 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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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은 1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대선패배 이후의 진로를 논의했다.

의총에선 김대중정부와의 관계설정.총재경선을 포함한 지도부 구성.5월지방선거 대비.김종필총리동의안의 처리문제 등에 관해 폭넓은 의견교환이 이뤄졌다.

또한 지도부 인책론과 재정비론이 쏟아져 나왔다.

…참석자들은 대선패배후 야당으로의 전락된 위상을 점차 실감하며 활로모색에 부심하는 모습들. 조순 (趙淳) 총재는 인사말에서 "당은 지금 존망의 기로에 서있다" 며 최대의 위기임을 강조. 이어 이한동 (李漢東)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참담함과 허탈감이 더해진다" 며 "하루속히 여당체질에서 야당체질로 변신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李대표는 "앞으로 정치적 문제는 수의 힘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대응하되 정책은 유연하게 대처하겠다" 고 새정부와의 관계설정 방향을 제시. 이상득 (李相得) 총무는 "원내운영의 원칙은 경제와 정치의 분리" 라며 "경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되 이를 이용한 당리당략이라고 판단되면 단호히 대응하겠다" 고 다짐했다.

의원들은 부총무단 소개때 "잘해" "싸움좀 잘해라" 는 등의 말로 격려했다.

…최대의 관심은 지도부 구성문제였다.

토론에서 먼저 발언에 나선 서훈 (徐勳) 의원은 지도부 사퇴.조기전당대회 소집.전면적인 경선실시를 요구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가운데 趙총재는 경선주장을 수용할 수도 있음을 밝혀 눈길을 끌었고, 이에 비경선파인 李대표는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趙총재는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은 개인과 개인이나 당대당의 약속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맹세였다" 며 자신에 대한 총재추대합의를 간접적으로 상기시켰다.

李대표는 "조기전당대회를 소집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은 합당후 가장 기초단계인 조직책 선정작업에 착수했을 뿐인 상황" 이라며 조기전당대회 요구를 차단. 李대표는 그러면서 "총재직 유지 여부의 조정, 집단지도체제나 경선의 도입은 당헌을 고쳐야할 문제" 라며 "당헌을 고칠 경우 3월10일 전당대회에서 새총재를 추대해 2년임기를 보장키로 한 부분에 대한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고 말해 趙총재에 대한 발목잡기를 시도했다.

…사회를 맡은 김호일 (金浩一) 수석부총무가 임창열 (林昌烈) 경제부총리의 보고가 있을 것이라고 안내하자 안상수 (安商守) 의원 등이 "유인물로 대체하고 토론에 들어가자" 고 요구하는 등 분위기가 처음부터 긴박했다.

채병건.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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