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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펙 어떠세요?] 한국외대 입학사정관에게 ‘리더십 전형’ 물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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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선덕고에 재학 중인 네 명의 남학생이 학생회 및 동아리 임원 경력을 내세워 한국외대 리더십 및 사회통합 전형(서울캠퍼스 47명 모집)에 가상 지원했다. 지난 22일 실시된 서류 평가와 모의면접 결과는 의외였다. 사정관들은 “임원 경력은 지원 자격일 뿐 임원 직위에 따라 점수를 차등 지급하지 않는다”는 대학 방침을 확인시켜 줬다. 오히려 1단계(학생부 교과 90%·비교과 10%) 통과를 위해선 내신성적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이날 면접에는 유연창(46)·정향재(45·여) 입학사정관이 참여했다.

최석호 기자

범례 내신성적 수상 실적임원 경력 특이사항 봉사 시간 장래 희망 평가평가

학생부 공란은 성실함 부족을 의미

정용환
정치외교학과 지원

3.27등급 교내상-2007·2008년 교내봉사 표창장, 교외상-2008년 자율장학회 나의 주장 발표대회 최우수상 1학년 1학기 학급회장, 2학년 학년장, 3학년 학생회장 학급장·학생회장 등 꾸준한 학생회 활동으로 리더십 우수자로 평가됨, 독서활동 기록 없음 48시간 정치인(국회의원) “이 정도 내신으로는 1단계 통과가 어렵습니다. 학생회·동아리 임원 경력은 지원 자격일 뿐입니다. 학생회장을 역임했다고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아닙니다. 학생부에 독서활동 기록이 없다는 건 치명적입니다. 내신성적과 독서활동 등 학생부 관리부터 하는 것이 정군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정군의 임원 경력은 학급회장과 학급장, 학생회장으로 이어진다. ‘꾸준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에서 학생회 임원 경험을 대학에 들어와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 목표가 없다면 학생회장을 지냈다고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아니다”는 게 사정관들의 평가였다. 정군은 자기소개서에서 그런 내용을 부각하지 못했다.

유연창 사정관은 “지난해 리더십 및 사회통합 전형 합격생들의 평균 내신성적은 2등급 정도였다”고 말했다. 3등급대의 내신성적으로는 1단계 통과도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정치인이 돼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학생이 고교생활 동안 특별한 봉사 실적 하나 없었다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군의 학생부에는 독서활동기록란이 공란으로 남아 있었다. 사정관들은 “학생부 기록이 한 개라도 빠져 있다는 건 성실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봉사활동 했어도 사정관 설득 못하면 헛것

박휘진
경제학부 지원

1.29등급 교내상-2008년 교내 토론대회 최우수상, 교외상-제 1회 서울 고등학교 토론대회 동상(4등) 1학년 1학기 학급회장, 1학년 2학기 학급부회장. 3학년 1학기 학급회장 2007·2008년 장애인 등산 봉사도우미 활동(2년간 21시간), 꾸준한 임원 활동 경력 55시간 경제학 교수 “내신 성적이 좋아 1단계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기소개서를 통해 장애인 등산 봉사도우미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을 부각시키세요. 최종합격 가능성도 높은 학생입니다. 면접에서 경제학과 교수가 되는 과정에서 임원 경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군의 학생부를 검토한 사정관들은 “1단계는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위권 내신성적을 유지한 데다 꾸준한 임원 경력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정관들은 면접에서 경제학부 지원 동기에 초점을 맞췄다. 박군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1차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개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경제난을 불러일으키는 불상사가 없도록 금융 분야 안전장치를 개발하는 게 꿈”이라고 답했다. 정 사정관은 “관심 분야에 관한 지식을 쌓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자기소개서에서 지원 동기를 집중 부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정관들은 “학생부에서 특별한 봉사활동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군은 1학년부터 이어온 장애인 등산 봉사 도우미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유 사정관은 “아무리 특별한 활동을 했더라도 사정관들에게 피력하지 못하면 사장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베푸는 CEO 목표인데 눈에 띄는 봉사 없다

윤믿음
경영학부 지원

1.54등급 교내상-2007년 1·2학기 종합성적 우수상, 2008년 1·2학기 종합성적 우수상 1학년 1학기 부회장, 2학년 1학기 학급회장, 3학년 1학기 학급회장 가정형편 어려움(아버지 개척교회 목사), 2008년 학교 측에 심야 야간자율학습(자정까지) 건의 55시간 CEO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1등급대의 내신 성적을 유지했다는 것은 오히려 장점입니다. 자기소개서에서 환경 극복 과정과 사교육 없이 최상위권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피력하세요. 봉사활동 시간이 부족합니다. 고교생활 동안의 특별한 경험을 부각시켜 단점을 보완하세요.”

윤군은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하다. 아버지가 개척교 목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정기적인 수입이 없다. 사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윤군은 2학년 초 학교에 심야 자습을 건의해 오후 10시까지였던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자정까지로 늦췄다. 유 사정관은 “가정형편이 어려운데도 1등급대의 내신 성적을 유지했다는 건 윤군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자기소개서에서 가정 환경을 극복하고, 자기주도학습만으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비결을 설명하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는 것도 돈을 벌어 어려운 학생들의 교육비로 환원하겠다는 것이다. 정 사정관은 “CEO가 된 뒤 어려웠을 때의 경험을 어떻게 발현시켜 나갈지를 자기소개서에서 보여 주라”고 주문했다.

윤군도 봉사 실적 부족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유 사정관은 “베푸는 CEO가 되겠다는 학생이 고교생활 동안 눈에 띄는 봉사활동이 없다”고 말했다.



성적 떨어지고 있어 잠재력 평가에서 불리

박현준
프랑스어과 지원

2.78등급 교내상-2007년 영어경시대회 우수상(2위), 2008년 특별활동종합발표회 디지털카메라 사진부문 공로상 2008년 디지털카메라 사진부 회장 학생부 세부 특력 및 특기사항에 영어 어휘력 및 청해·독해능력 우수 학생으로 기록됨 34시간 무역업(프랑스 관련)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특히 1학년 성적에 비해 2학년 성적이 떨어지고 있어 잠재력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영어 실력이 좋다고 하지만 공인 영어 성적이 없고, 꿈에 대한 확실한 실행 목표가 없다는 것은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이대로는 1단계 통과가 어렵습니다.”

"동아리 회장을 하면서 교내 종합발표회에서 상까지 받았기 때문에 리더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사정관들은 학생회 임원 경력이 없어 걱정이라는 박군의 우려를 해소시켰다. 그러나 사정관들은 “1학년 성적에 비해 2학년 성적이 떨어졌다. 같은 성적이라도 성적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학생은 잠재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부에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는 교사 평가가 있지만, 공인 영어 성적이 없는 박군. 정 사정관은 “입증 자료가 없으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며 “공인 영어 성적이 오르고 있음을 보여 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군은 프랑스어과 지원 동기가 불분명했다. 사정관들은 “2학년 때까지 재무설계사가 꿈이었는데, 프랑스어과를 지원했다면 그 동기가 더욱 분명해야 한다”며 “프랑스어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통해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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