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소리 없는 결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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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2국>
○·쿵제 7단 ●·저우루이양 5단

제12보(175~196)=어제의 계산서를 다시 보자.

▶흑집=좌변 23집. 하변 12집. 중앙 6집. 우상 21집. 합계 62집. ▶백집=우하 35집. 상변 13집. 좌변 4집. 흑▲ 두 점에 대한 권리 2집. 덤 6집 반. 합계 60집 반.

대국 당시 아무리 집을 세어 봐도 흑이 이긴 것 같았는데 고수들은 다 모른다고 했다. 흑이 약간 엷다는 것이다. 사실 엷다 해도 ‘약간’이란 단서가 붙은 데다 쉽게 눈에 띄지도 않아 막막한 느낌이었는데 바로 이때 백△가 떨어졌다. 가만히 지켜보던 박영훈 9단이 “결정타 같다”고 혼잣말을 한다.

백△에 흑이 손 빼면, 가령 ‘참고도’ 흑1로 두면 백2의 끼움수 한 방으로 바둑이 끝난다. 부득이 175로 공배를 연결했고 176을 당했다. 이 순간 흑집이 애초의 계산서보다 두 집 줄어들었다. 연결고리의 엷음 때문에 ‘두 집’을 물어낸 것이다. 또 178이 좋은 수였고 최후의 큰 곳인 194가 백의 수중에 떨어졌다. 상변 백집은 13집에서 무려 17집으로 늘어났다. 물론 그동안 하변 흑집도 12집에서 14집으로 늘었고 우하 백집도 1집 줄었지만 계산서는 이제 흑집=61집, 백집=63집 반으로 변했다. 이후 백은 양보를 거듭하며 딱 반 집을 이긴다. 쿵제 7단이 저우루이양 5단을 2대0으로 꺾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196수 이하는 줄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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