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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한국의 자연·전통문화에 반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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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외국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서 자신의 첫 저서를 낸다. 그것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책이다. 책을 쓴 주인공은 맥쿼리그룹 코리아를 이끄는 존 워커(54·사진) 회장이다.

동화책 『아기 반달곰 우라의 모험』(영문 제목 Ura’s World)’을 펴낸 워커 회장은 “한국은 세련된 도시와 발달한 산업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전통문화를 가진 나라임을 외국인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책을 쓴 동기를 밝혔다.

책은 동화답게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함축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달의 정기를 품고 아기곰 ‘우라’가 탄생하는 것에서 얘기는 시작된다. 우라는 같은 날 태어난 ‘까치’ ‘독수리’와 친구가 돼 모험에 나선다. 동물이 인간을 구하고, 인간은 다시 동물에게 은혜를 갚는 이야기가 아름다운 한국의 자연을 묘사한 그림과 어우러진다. 한국의 깊고 다양한 멋에 대한 워커 회장의 찬사는 이어졌다. 그는 “한국처럼 대비(contrast)가 뚜렷한 나라가 없다”며 “화려하고 세련된 도심에서 차로 몇 분이면 북한산 등 빼어난 자연과 고즈넉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도시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주변뿐 아니라 얼마 전 찾아간 울릉도 등 아름다운 자연과 그 속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한국 안에 가득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외국인이 보통 한국에 대해 복잡한 도시, 전자·조선·자동차 등 산업, 남북 간의 대치와 군사분계선 등 몇몇 고정적인 이미지만 떠올리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바쁜 일정 속에 어떻게 책을 냈느냐는 질문에 그는 “출장차 비행기를 타는 일이 잦은데 이때를 이용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줄거리를 다듬었다”고 말했다.

영문판 표지 사진

구체적으로 한국적인 소재인 반달가슴곰을 주인공으로 정한 데는 몇몇 환경·동물보호 단체에도 참여하는 한국인 부인 손경희(50)씨의 조언을 참고로 했다.

워커 회장은 “우선 영어판과 한글판을 국내에서 먼저 출간했으며, 중국과 호주에서도 출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판에 들어가는 돈은 사비로 충당했고, 판매 수익은 모두 자연·동물 보호 단체나 관련 프로그램에 기부할 계획이다. 『우라의 모험』 출판기념회는 30일 오후 7시 서울 효자동 이음 갤러리에서 열린다.

존 워커 회장은 맥쿼리 코리아의 산증인이다. 2000년 자신을 포함해 5명의 직원으로 한국 사업을 시작, 지난해 초 기준으로 13개 사업에 400명의 직원을 거느린 금융그룹으로 키웠다. 증권·자산운용 외에 특히 인프라·에너지 등에 특화해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맥쿼리의 사업 전망에 대해 그는 “3월 결산법인인 맥쿼리의 지난 회계연도 실적은 호주 본사와 한국법인 모두 이익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금융위기의 피해를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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