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오늘의 스타] 경기고 이성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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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스타 아버지를 둔 것은 하늘이 제게 준 최고의 기회죠."

경기고 유격수 이성곤(18·3학년)은 이순철(48) MBC-ESPN 해설위원(전 LG 감독)의 아들이다. 이 위원은 야구팬이면 누구다 다 아는 스타플레이어. '누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는 부담으로 작용할 듯하나 이성곤은 "오히려 행운"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코치를 가정교사로 두는 일은 아무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위원은 이성곤이 초등학교 시절 야구를 하고 싶다고 하자 반대했다. 운동선수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본인 스스로 겪어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 결국 이성곤은 서울 잠신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일단 야구를 시작하니 아버지는 훌륭한 조언자이자 엄한 스승이 됐다고 한다.

이성곤은 야구선수로서 출발은 늦은 편이었으나 아버지 덕에 남보다 빠른 기량 성장을 보였다. 현재 경기고 내야의 핵이자 중심타선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는 이성곤은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3회 대통령배전국고교야구대회(일간스포츠·중앙일보·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16강전에서 청주고를 상대로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4-1 승리를 이끌었다. 0-0으로 맞선 4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유격수 앞 내야안타를 때려낸 뒤 후속타자 김민준의 적시타로 선취득점을 올렸다. 또 3-0으로 앞서던 8회초 1사 뒤 깨끗한 우전 안타로 출루, 강진성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팀이 얻은 4득점 중 2득점을 책임졌다.

이성곤은 야구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항상 현역시절의 아버지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이성곤에게 아버지는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지만 언젠가는 뛰어넘고 싶은 존재인 이유다. 이성곤은 야구선수로서의 신체조건도 뛰어난 편이다. 오른손잡이지만 집에서 TV로 야구중계를 보며 타격연습을 하다 자연스레 우투좌타가 됐다. 현역시절 도루왕으로 명성을 날린 아버지에 비해 발은 느리지만 아버지(173cm,78kg)보다 좋은 체격조건(186cm, 83kg)을 가졌다. 이성곤은 "아버지께 부족한 주루센스를 배워 공·수·주를 두루 갖춘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이날 아버지 이순철 위원은 목동구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아들이 자신을 의식할까 미리 이야기하지 않고 야구장을 찾는다 한다. "강길용 감독에게 모두 맡겼다"고 아들에 대한 언급을 피했으나 흐뭇한 미소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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