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채용 인력을 한국전문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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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 삼성전기 중국.태국법인에서 선발된 한국지역 전문가들이 1년간의 과정을 마치고 지난 2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국식 정원 '희원'에 모였다. 이들은 3일 귀국했다.

삼성전기 중국 톈진(天津) 1법인에 근무하는 중국인 리융펑(李永峰.30) 과장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동안 한국 곳곳을 배낭여행했다. 공주.대전.전주.제주도.부산.대구.경주 등 안 가본 곳이 거의 없다.

리 과장 외에 삼성전기 해외 현지 법인이 채용한 중국.태국인 6명도 한국을 샅샅이 훑었다. 이들은 삼성전기의 해외 법인이 현지 채용한 인력 중 우수 인력(S급)을 대상으로 선발한 국내 최초의 '한국 지역전문가' 과정 1기 수료생들이다. 7명 모두 지난 2일 1년 과정을 마치고 3일 본국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알리기는 산업연수생 과정이나 짤막한 어학연수가 대부분이었다. 삼성전기와 같은 교육과정이 개설돼 수료식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년 동안 이들의 교육 과정은 매우 빠듯하게 진행됐다. 처음 6개월은 하루 여덟 시간씩 한국어 교육을 받았고, 그 후 6개월은 그룹 입문교육과 리더십 교육, 기술 교육 등이 이어졌다.

태국법인의 수마데 분잔(39) 차장은 "맵고 짠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불국사 등 불교 유적지도 돌아봤다"며 "외세의 침략이 잦은 와중에도 많은 문화재들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것이 인상에 남았다"고 말했다.

중국법인 지웨이(季偉.32) 차장은 "네살짜리 딸과 아내가 많이 보고 싶었지만 과정을 마치면 한국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견뎠다"며 "과정이 알차 현지 법인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중국 법인의 가오쥔(高軍.35) 과장은 "한국 주재원들과 현지 공장 근무자들 사이에 오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1년간의 한국 경험은 이런 오해를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 입소자는 선발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법인별로 보통 10 대 1을 넘었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국어능력시험(KPT) 초급에 해당하는 1급 과정을 통과해야 했다. 이들은 "한국 사람들이 왜 '빨리빨리'를 강조하는지,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고 규율을 강조하는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며 "돌아가면 한국 주재원들과 현지 인력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기 인사팀장 민경영 상무는 "해외 생산법인에서 간부가 될 현지인들을 체계적으로 키워내겠다는 것이 회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앞으로 한국 지역전문가 과정을 헝가리와 필리핀.인도네시아.멕시코 현지 인력들에게도 확대할 계획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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