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승부는 맞상대 선수따라 선발짜기 나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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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농구는 5장의 카드를 들고 승부하는 게임이다.

카드는 곧 5명의 선수. 상대가 들고 나올 카드를 정확히 예상해 이길 가능성이 높은 카드로 상대한다면 승률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상대팀 선발 멤버를 예상, 포지션별로 맞설 선수를 정하는 작업을 감독들은 “매치업을 짠다” 고 한다.

매치업은 주전선수의 질이 높고 선수층이 두터울수록 유리하다.

이같은 사실은 '팀을 둘로 나눠도 플레이오프 진출은 무난할 것' 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멤버가 풍부한 선두팀 현대와 베스트5를 짜기에 급급, 상대팀 패를 고려할 여지가 없는 최하위팀 SK를 보면 쉽게 확인된다.

그러나 때로는 '포카드' 가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를 제압할 수도 있는 것이 농구다.

전체전력이 떨어져도 결정적인 포지션에서 우위를 점하면 이길 수가 있다.

'평균전력은 우승후보' 라는 삼성이 대등한 평균전력을 지닌 기아.SBS에 전패를 당하고 있는 이유는 골밑 매치업의 어려움 때문이다.

외곽의 우세로도 골밑 열세를 커버하지 못하는 것이다.

존 스트릭랜드가 혼자 지키는 삼성의 골밑은 포스트맨 3명을 투입하는 기아, 포워드들의 골밑공격이 위력적인 SBS의 사냥터다.

백업센터가 없는 삼성은 두 팀을 상대할 패를 골라잡기가 어렵다.

그러나 두 팀 모두 대우에는 고전한다.

노장선수가 많은 기아는 대우의 체력에, SBS는 스피드에 맞설 패가 마땅치 않다.

반면 대우는 선수기용폭이 넓은 현대, 주전멤버의 컬러가 비슷한 삼성에는 전패를 당하고 있다.

3라운드 종반까지 중위권 혼전이 거듭되는 이유도 매치업의 비밀 속에 숨어 있다.

4라운드 이후의 승부는 어느 팀 감독이 매치업의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 용병술을 발휘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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