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는 여기다]이창섭 보문당 대표…"도매상 대형화로 비용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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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그리고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쉽게만은 풀리지 않는 문제가 세상에는 많다.

우리 출판계에서 그런 난제 (難題) 를 꼽으라면 낙후된 도매상들의 정리가 단골로 거론된다.

출판계 전체를 인체에 비유하자면 도매상은 동맥. 출판사가 두뇌, 서점이 실핏줄, 독자가 세포라면 도매상은 출판의 결과물인 책을 운반하는 동맥인 셈이다.

그런데 한국출판계는 지금껏 중증의 동맥경화에 시달려왔다.

지역.권역별로 난립한 유통체계 탓에 책을 만들고도 얼마나 팔렸는지, 재고는 어느 정도인지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었다.

소위 예측가능한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계속됐다.

그런데 최근 도매상들의 구조재편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장기불황에 IMF한파가 겹치면서 영세 도매상들이 속속 무너지고 있는 것. 지난 1년 사이 전국 60여곳 가운데 15곳 정도가 문을 닫았다.

이곳들에 책이 묶여있는 일선 출판사들의 피해 또한 극심하다.

단행본 도매상의 선두 주자인 보문당의 이창섭대표 (49) 는 위기타계의 해법을 이렇게 요약했다.

“첫째도 대형화, 둘째도 대형화입니다.

도매상의 대형화에 따른 비용 절감및 유통선진화만이 출판계의 마지막 비상구입니다.”

출판사.책 종류에 따라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문당의 단행본 시장점유율은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의 3~4배에 달한다.

“나아가 경쟁력 있는 도매상들의 연합전선이 시급합니다.

영세한 곳은 시장논리에 따라 교통정리되고 전국을 포괄하는 기구가 나와야 해요. ” 지역할거주의, 나눠먹기식의 구조로는 출판계의 견실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시각. 그는 의욕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지난 10년동안 30여억원을 투자한 도서정보시스템 (일종의 도서관리 데이터베이스) 을 본격 가동하고 24시간내 전국 배달체제를 갖추겠다는 것. 일례로 지난해 9월 대전지점을 세운데 이어 올 2, 7월에는 각각 대구.광주지점을 신설하고 부산에선 현지 도매상과 연합전선을 펴 전국체인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출판사.도매상.서점들의 신뢰회복입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공생의 논리를 배워야죠. 그런 취지에서 회사의 재정상태를 공개, 경영의 투명성을 갖출 작정입니다.”

그의 최종목표는 다른 도매상및 출판사와의 연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종합물류센터를 공동출자로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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