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살자’ 카페서 만난 5명 자살 직전 회원 신고로 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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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3일 포털사이트 싸이월드에 ‘동반살자’라는 카페가 개설됐다. ‘살자’는 ‘자살’을 거꾸로 쓴 것이다. 모니터링과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다. 김모(30)씨가 만들었다.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그는 집이 없다. 여관 등을 전전했다. 부모 등 가족이 있었지만 함께 살지 않았다. 결혼은 안 했다. 포털 측은 자체 스크린을 통해 개설 다음 날인 24일 카페를 폐쇄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김씨가 전달한 온라인 쪽지를 통해 자살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이미 접촉한 뒤였다. 그를 포함한 6명이 ‘동반 자살’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방법은 연탄가스로 하기로 했다. 서울 신촌의 한 공원에서 만난 뒤 모텔을 잡기로 했다.

카페에 가입한 이모(26)씨는 죽을 마음이 없었다. 호기심으로 들어갔다가 구체적인 계획이 오가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25일 오후 1시에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오후 4시는 회원들이 만나기로 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경남 마산에 사는 회원이 올라오지 못해 약속이 하루 미뤄졌다. 경찰은 12시간의 추적 끝에 김씨를 포함한 5명의 소재를 모두 파악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인터넷 카페에서 동반 자살을 모의한 5명을 적발해 가족에게 통보하고 카페 운영자 김씨는 자살방조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의 목적이 분명하고, 방법과 장소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이어서 형사입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이전에도 동반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충남 태안에서 만나 복어독으로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경찰에서 “되는 일이 없어 죽기로 결정했다. 홀로 죽긴 두려워 카페를 개설했다”고 진술했다.

25일 경북 봉화군에서는 김모(25·봉화군)씨와 이모(18·여·강원 정선군)양이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뒷좌석에는 연탄불이 피워져 있었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승용차는 강원 지역 렌터카 업체에서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거주지가 다른 김씨와 이양이 동반 자살한 것으로 미뤄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만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봉화=홍권삼,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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