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기싸움 거는 북한에 이번만큼은 의연하게 대처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2면

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한 핵 위협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6자회담 거부, 국제원자력기구 요원의 추방에 이어 그제는 “원자력발전소에서 꺼낸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행동에 들어가겠다는 협박인 것이다.

핵을 내세운 북한의 이 같은 어깃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른 국가와의 교섭에서 국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카드로는 ‘핵 위세를 통한 협박’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니 1차 핵위기인 1993년 이후 15년이 넘도록 유사한 수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이런 수법을 통해 정치·경제적으로 이득을 얻기는 했다. 한·미가 대화에 응해 주면서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지원도 제공했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 스스로 얼마만큼의 실익을 얻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때가 왔다고 본다. 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북한은 ‘미국을 굴복시켰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가장 큰 성과로 내세웠던 경수로 2기 건설은 무산됐다. 2002년 발생한 2차 핵위기도 마찬가지다. 핵실험까지 포함된 우여곡절 끝에 북한이 얻은 것은 테러지원국 해제와 중유 몇십만t이다. 그런데 테러지원국은 미국이 다시 지정하면 원점으로 돌아가는 사안 아닌가. 협상의 본질이 이렇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북한 지도부가 원하는 경제회복이나 안전보장은 아직 요원한 상태에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북한의 실책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정리하기도 전에 몰아붙이고 있는 점이다. 출범 전 오바마 정부가 북한의 취향에 맞는 스탠스를 보여주었다는 것은 북한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6자회담을 거부하는 등 막무가내로 나오니 미국이 어떻게 화답을 하겠는가.

2006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은 핵실험 실시로 미국과 대화의 물꼬를 튼 경험이 있는 북한으로선 앞으로도 위협의 강도를 한층 높일 것이 자명하다. 이미 재일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한·미의 대응방법과 수준이다. 그 정답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발언에 나와 있다고 본다. 지난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한 “북한 정권의 오락가락하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언급이 그것이다. 이런 발언이 과거처럼 유야무야된다면 북한의 잘못된 행태는 계속 되풀이된다는 점을 미국은 유념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