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역풍을 몰고 온 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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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2국> ○·쿵제 7단 ●·저우루이양 5단

제10보(138~153)=백은 두텁다. 눈을 씻고 봐도 피 한 방울 날 데가 없다. 흑도 엷지는 않다. 다만 대마의 연결고리나 중앙 쪽에 미세한 약점이 보인다. 이런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흑이 지기는 힘들다는 게 검토실의 분위기다. “쿵제가 너무 단단하게 두었어.” “중앙에 엉뚱하게 흑 집이 났잖아”라고 말하는 젊은 기사들의 어조엔 살짝 비난마저 섞여 있다.

138은 역끝내기 7집. 흑이 138에 빠지는 것과의 비교다. 141은 마지막 남은 큰 곳. 저우루이양의 표정엔 분명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서려 있었는데 144로 다가왔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정수는 ‘참고도 1’. 백△ 한 점은 천천히 공략하면 된다. 실전에서 저우루이양은 145로 붙여갔는데 이 강한 붙임수가 역풍을 몰고 왔다. 146, 148을 선수한 뒤 150으로 가만히 빠진 수가 좋았다. 손 빼면 ‘참고도 2’처럼 어느 한 쪽이 끊어진다. 153으로 응수했으나 백은 손 뺄 수 있다. 흑 A로 젖혀도 B로 뛰면 그만이니까 선수가 안 된다. “실은 여기서 많이 당해 미세해졌습니다. 흑 대마가 미생이 됐다는 게 중요합니다.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박영훈 9단) 저우루이양이 ‘참고도 1’ 흑1같이 쉬운 수를 두지 못한 이유는 뭘까. 초읽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뭘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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