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재방송 90%대 속출…자리도 잡기전 구조조정 해야할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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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IMF 한파로 광고판매율이 뚝 떨어진 케이블 방송사가 속출하면서 케이블 프로그램 편성도 비틀거리고 있다.

재방송 프로그램이 심지어 99%에 달하는가하면 기존 프로그램을 재편집해 제목을 바꿔 내보내는 이른바 리메이크 프로그램도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이후 경영권 인수문제로 자체제작이 중단되다시피 했던 다솜방송 (채널26) 과 GTV (채널35) 의 경우 재방비율은 95~99%에 이른다.

지난해 70%의 재방률을 보이던 불교TV btn (채널32) 의 올해 재방률은 90%.든든한 재정지원역을 하던 종단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자체제작하던 프로그램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다큐전문채널 CTN (채널29) 은 지난해 85%의 재방률에서 올해 90%로 늘어났다.

특히 영화전문 채널의 경우 외환위기를 맞아 막대한 환차손을 겪으며 재방비율이 80~90%에 이르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 관계자는 “95년 당시 전체 평균 58%의 재방률이 96년 60%, 97년들어 70%까지 늘었으며 98년에는 더욱 늘어날 것” 이라고 전망한다.

재방률의 상승과 함께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 리메이크 프로라고 불리는 재편집 프로그램. 이전에 방영됐던 프로그램들의 일부를 다시 편집,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여성전문 채널인 동아TV (채널34) 의 경우 '아이 러브 다이어트' 라는 프로그램중 체조부분만 빼내 '월드 세이프 업' 이라는 체조 전문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남 녀 그리고 성' 이라는 토크쇼의 한방상담코너만을 따로 편집해 '한방 동의보감' 을 만들었다.

재방비율을 높이지 않으면서 제작비가 전혀들지 않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제작비 부족으로 어쩔수 없이 도중 하차한 프로그램은 부지기수다.

A&C코오롱 (채널37) 의 경우 올들어 폐지한 프로그램만도 3개다.

자체제작 프로7개중 제작비가 많이 들고 시청률이 높지 않은 프로를 없앴다.

대신 시청률이 높은 '바하에서 비틀즈까지' 와 같은 프로그램은 8번씩 재방영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와함께 미술품을 판매하는 '아트 마트' 와 같은 협찬프로를 적극 활성화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니 케이블 방송사들은 제작비와 인력을 대폭 감축하는 한편 지상파 방송사들의 외주제작 업체로 스스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방송사들은 현재 있는 기재를 활용해 독립 프로덕션으로 '변모' 하고 있다.

CTN.다솜방송.A&C코오롱.어린이TV등은 공중파보다 싼 인건비를 이용해 교육방송 (EBS) 등 위성과외 외주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형편이다.

프로그램을 제작해 손해보느니 돈을 받을 수 있는 타사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다양한 생존전략 모색에 골몰하고 있는 각 방송사의 최대 고비는 오는 3월. 3월달에 계약이 만료되는 광고주 대부분이 재계약을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29개인 케이블TV 방송사들은 3월이 지나면 몇 개의 방송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미처 자리도 잡기전에 IMF 한파를 맞은 케이블TV 방송사들의 많은 수가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 이라는 것이 종합유선방송위원회 관계자의 우울한 전망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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