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수의 현실 참여, 절도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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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국의 대학 총장들이 엊그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세미나에서 정치.행정에 참여한 교수들의 자동 복직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려다 무산됐다고 한다. 국회의원이나 장.차관으로 옮겨갈 때 휴직을 했다가 직을 떠나면 교수로 자동 복귀할 수 있도록 규정된 교육공무원법의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려 했으나 반대 의견이 거세 결의문에서 이를 제외시켰다는 것이다.

교수들이 정치나 행정에 참여하는 일이야 막을 일이 아니다. 지식인들의 현실 참여를 '어용'으로 몰던 권위주의 시대가 이미 막을 내린 데다 학문적 이론과 연구 결과 등을 현장에 직접 적용함으로써 국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치.행정 경험을 쌓은 뒤 강단에 서는 것도 부정적 시각으로 보아선 안 된다. 이론과 현실을 결합시킴으로써 학생들에게 오히려 깊이 있고 충실한 강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수들의 현실 참여에도 절도가 필요하다. 지난 총선에선 의원이 된 34명을 포함해 교수 103명(지역구 72명, 비례대표 31명)이 출마했다. 출마 교수들 가운데는 선거기간 전부터 휴강을 되풀이하거나 한달간 매달려도 끝내지 못할 과제를 내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낙선하면 곧바로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양다리를 걸치다 보니 학생들과 학교만 피해를 보게 된다.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요직을 제의받고 하루아침에 휴직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대학 측에선 수업을 강사로 때워야 하는 실정이다.

교수나 대학총장들의 겸직도 생각해 볼 문제다. 특히 정치색 짙은 위원회나 정당의 선거운동 참여는 신중해야 한다. 교수의 정치활동이 정당법상 보장돼 있다 해도 특정 정당의 선거운동에 뛰어든다면 자칫 정치권 줄서기란 지적이 나올 수 있고, 대학의 정치적 중립성도 훼손될 수 있다.

교수들의 현실 참여나 학교 복귀에도 원칙을 세워야 한다. 그것은 학생들과 학교 측에 피해가 없도록 하는 일이다. 떠날 때 당당히 사표를 쓰고, 복귀할 때 심사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