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씨배 결승 제4국이 막 시작되어 이창호 9단(左0의 제 5수에 최철한 9단(右)이 장고하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큰 승부에 명국 없다던가. 우승상금 40만 달러가 걸린 제6회 응씨배 결승전도 허망한 착각 하나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패색이 짙던 최철한 9단은 이 착각을 부여잡고 흑집 속에서 큰 수를 내며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스코어는 3대1. 최철한 9단이 이창호 9단을 꺾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3일 대만의 관광지 화롄시에서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9시30분)에 시작된 제6회 응씨배 결승 4국은 흑을 쥔 이창호 9단의 압승으로 끝나는 듯했다. 우승에 목마른 최철한은 초반부터 승부를 서두르며 무리수를 던졌고 이창호는 그걸 제대로 응징하며 훌쩍 앞서 나갔다. 최철한은 사석전법을 구사하며 중앙을 크게 에워쌌으나 내준 실리가 너무 커 승부는 좁혀질 기미가 없었다. 그러나 최철한은 ‘독사’라는 별명 그대로 계속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고 이창호는 조금씩 후퇴했다. 형세는 조금씩 접근했고 이창호의 대 착각은 바로 이 무렵 등장했다. 바둑이 뒤집어진 뒤 이창호 9단은 너무 허망했던지 한동안 재역전을 노렸으나 도저히 덤을 낼 수 없게 되자 184수에서 선선히 돌을 던졌다. 이로써 최철한 9단은 한국 기사로는 5번째로 응씨배 우승자가 됐다.
대착각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