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해요!] 천안에 둥지 튼 인천남-부산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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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8일 비가 조금 내리는 저녁 친구의 소개로 그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공무원수험생이고 그는 대학원에서 조선공학 석사 과정 중이었다. 거기다 그는 표준어를 구사하는 부드러운 인천 남자였다. 그런 그와의 만남에서 그에게 나의 여성스러움을 어필하고자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데이트에 나서게 됐다. 난 조신하게 보이려고 어색한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 부산 토박이인 내가 표준어를 쓴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았고, 나 스스로도 아주 낯간지러운 행동이였다. 누군가 그랬다. 끝말만 살짝 올리면 표준어 같아진다고….

이렇게 단순한 생각으로 표준어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생각만큼 쉽진 않았다. 그러나 향후 내가 (표준말 쓰는)천안에 와서 공무원 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줄이야.

연애하고 50일쯤 됐을 때 우리의 첫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한껏 멋을 부리고 부푼 마음으로 데이트하기 위해 내가 간곳은 그의 연구실. 그는 교수님이 급하게 준 일을 처리하느라 나를 연구실로 불렀던 것이다. 그 옆에 우두커니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그가 참 멋지게 느껴졌다. 일할 때의 카리스마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기다림에 지쳐갔다. 그의 일은 줄어들지 않고….

공무원 수험생이었던 내가 그와의 데이트가 좋아 점점 도서관 가는 횟수가 줄어들자 그는 나의 미래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나자고 했다. 많이 서운했지만 “그렇게 하자”고 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만 만나고 나머지는 공부에 매달렸다. 준비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그런 내 맘을 안 걸까? 그는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수험생에게 좋다는 여러 차와 간식을 사다주곤 했다. 가끔은 머리 식히라고 드라이브도 해 줬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일까 나는 짜증 낼 때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다툴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처음 데이트했던 곳에 갔다.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때 그 맘을 돌이켜 보면서 진정시켰다. 지금도 기회가 되면 다투지 않아도 그 장소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 가면 둘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렇게 시험일까지 난 전력질주 했고 그의 배려속에 시험에 임할수 있었다. 그런 그의 지극한 외조(?) 덕분이었을까 나는 몇 달 후 시험에 합격했다. 천안으로 발령 후 나는 천안에 있고 그는 부산에 있었는데 아마도 이 시기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항상 그에게 의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옆에 그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슬프고 힘들었다. 하지만 슬픔도 잠시. 그가 좋은 기회를 잡아 올라오게 된 것이다. 우리가 떨어져 있었던 건 불과 20일 남짓. 정말 우리는 천생연분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의 인연에 더욱 더 큰 확신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 설에 부산집에 갔다가 천안으로 오니 그가 직접 만든 연어구이와 샐러드 그리고 수제품인 포도주(?)와 분위기 있는 초, 엄청난 수의 풍선으로 나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너무 감동적이었지만 영화 속 여주인공들처럼 눈물이 나진 않았다. (ㅋㅋㅋ) 그는 나에게 감정이 메말랐다며 타박했지만 속으론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는 사실, 그는 알까?

맛난 연어구이와 샐러드 맛을 보고 포도주을 한잔 들이키는 순간, ‘어 이거 포도주가 아닌데 ’포도주스였다. 나는 그를 추궁했다. 그는 끝까지 집에서 직접 만든 포도주라고 우겼다. 포도주스병이 발견되기까지 우겼다.(ㅋㅋㅋ)

그렇지만 나는 그의 프러포즈를 기꺼히 받아 들였다.

내일 인천남자와 부산여자는 새로운 터전 천안에서 식을 올리고 뿌리를 내린다. 각자 많이 다른 환경에서 컸고, 성격도 다른 점이 많지만 서로를 위해 주면서 하나의 가정을 이루게 됐다. 누군가 말씀하시길 앞으로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가정을 이루더라도 아이 위주의 삶이 아닌 부부 위주의 삶을 살라고 하셨다.

한집의 지붕은 부부고 그 지붕이 튼튼해야 가정도 지킬수 있다고 …

그 말씀 가슴 깊이 새기면서 인생 제2막을 시작하려는 우리 두사람, 진심으로 하나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 또 노력할 것이다.

글=신부 이진아

신랑 : 김형욱(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신부 : 이진아(천안시 보건소)

일시 : 2009.4.25.(토) 14:30

장소 : 천안로얄웨딩홀 2층 제이드홀

신랑 부모 : 부 김인학 모 이계순

신부 부모 : 부 이상담 모 주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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