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와 정치의 함수관계…영국,IMF지원 받고 신보수 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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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0년대 영국의 금융위기와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이 영국정치를 바꾼 것처럼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도 한국의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기가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28일 마크 브라운 세계은행 (IBRD) 대외담당 부총재가 미국 ABC방송의 한 시사프로에 출연해 한 발언이다.

과연 IMF체제가 한국정치의 근본 틀을 바꿔놓을 지 관심사다.

영국은 지난 76년 당시로선 최대규모인 39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 뒤 79년 등장한 마거릿 대처총리의 보수당정권은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을 철저히 무력화시켰다.

대처는 "과도한 사회복지투자에 따른 노동당정권의 방만한 재정운영이 경제파탄의 주범" 이란 IMF의 지적을 수용, 긴축재정을 밀어붙였다.

사회복지부문의 대폭 축소에 대한 노동자세력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국민들에게 시장경제정책의 시급함을 직접 호소했고 영국국민은 대처편을 들었다.

이를 계기로 노조의 힘은 급속도로 약화됐다.

그 결과 이른바 '신보수주의' 노선이 10여년간 영국을 지배했다.

장훈 (張勳.중앙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영국의 예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이제 태동기에 있는 노동자세력의 제도정치권 진입은 더 어려워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월 정리해고제 도입을 시도했다가 좌절된 노동법 파동이나, 현재의 고임금구조에서 드러나듯 한국사회에서는 노동자층의 발언권이 급속히 신장됐지만 IMF구제금융을 계기로 영향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력한 대선후보중 진보적 공약을 내걸었던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이지만 당선이후 추구한 일련의 비상경제조치들은 시장경제원칙에 충실한 내용이다.

원인은 급박한 경제상황과 IMF의 압박 때문이다.

金당선자측의 시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노.사.정 협의체 자체의 원만한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의 경우 영국과는 달리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으며, 설령 金당선자가 이를 (노조의 정치참여) 허용하더라도 원체 심각한 경제상황에서 국민적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金당선자의 단호함도 여기서 비롯한다는 것. 金당선자측은 국민적 지지를 확신하며 자신만만하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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