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동대문병원 녹지공원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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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 동대문(흥인지문) 옆의 이화여대 부속 동대문병원과 그 주변이 녹지 공원으로 바뀐다.

서울시 박융성 도심재정비 2담당관은 22일 “이대 동대문병원 주변을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최근 병원 건물을 1100억원에 매입했다”며 “현재 공원 조성을 위한 설계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이대 동대문병원의 시설과 인력은 이대 목동병원으로 흡수됐다. 서울시는 6월께 설계를 끝낸 뒤 하반기에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도심 복합문화축 연결사업의 하나다. 대학로~동대문~남산에 이르는 도심을 연결해 문화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대학로를 확장하고 동대문 지역을 디자인·패션 중심의 관광 명소로 만들 예정이다. 또 장충단 길의 보행 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혜화·광희 고가를 철거했다. 이 사업에서 이대 동대문병원 부지는 각 지역을 연결하는 거점이다.

동대문병원과 주변에 공원이 들어서면 2만4000㎡의 녹지가 새로 생긴다. 기존 녹지(2140㎡)의 10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병원 건물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동대문 주변 성곽이 한눈에 들어와 역사적 관광지로서의 모습도 갖출 수 있게 된다. 또 녹지 축을 따라 대학로에서 동대문까지 편하게 걸어 갈 수 있게 된다.

박 담당관은 “4면이 도로에 둘러싸여 있는 동대문을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역사문화의 명소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대 동대문병원과 나란히 있는 동대문교회 매입 건이다.

서울시는 병원과 함께 교회 건물도 해체하고 그 자리에 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대문교회 부지는 문화재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개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며 “교회 측도 당초 이전하는 데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입 가격이 걸림돌로 등장했다. 서울시는 토지감정을 거쳐 170억원의 보상비를 제시했다. 그러나 교회 측은 금액이 너무 적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동대문교회의 송근종 부목사는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교인들이 대부분 교회 주변에 산다는 교회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토지 보상비만 받고 나가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대문교회는 올해 초 서울시를 상대로 공원화 사업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일부에서는 120년의 역사를 가진 대문교회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는 동대문교회 측과 계속 협의해 건물과 토지를 매입,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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