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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생물다양성의날…국내 해양생태계 가치 연간 56조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29일은 유엔이 정한 제3회 생물다양성의 날. 지구상에는 1천만종 (種) 이 넘는 생물이 존재하지만 개발.벌목.남획 등 인간의 환경파괴로 하루에도 몇 종 (種) 씩 멸종되고 있다.

50년 안에 2백만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올해에는 특히 자연 생태계가 인간에게 베푸는 혜택을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한 연구결과가 국내외에서 발표돼 생물다양성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했다.

◇ 지구 생태계의 가치 = 미국 생물학잡지 바이오사이언스 최근호에 따르면 생태계의 혜택을 돈으로 따지면 연간 2조9천2백80억 달러로 전세계 총생산액의 11%에 해당한다.

우선 미생물들은 연간 3백80억t에 이르는 음식물 등 쓰레기를 분해함으로써 오염과 매립지 수요를 줄인다.

지렁이 등은 연간 1㏊당 1t씩의 흙을 만들고 땅을 기름지게 한다.

미생물과 일부 식물은 공생을 통해 공기중의 질소로부터 매년 1억5천만t의 암모니아를 만들어 식물이 이를 비료로 이용하도록 한다.

자연생태계는 또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10만 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을 분해.흡수해 오염을 막는다.

다양한 동.식물 유전자는 농작물과 가축의 종자개량에 이용되고 이는 농업생산성 향상의 30%를 차지한다.

옥수수나 밀 가운데는 한번 심고 수년간에 걸쳐 수확할 수 있는 다년생 품종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들은 매년 심을 필요가 없어 이를 심을 경우 비료.에너지 등을 연간 1백70억 달러 어치까지 절약할 수 있다.

이밖에 벌.나비가 해주는 꽃가루 받이도 사람이 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동.식물이 이루는 자연경관을 즐기는 생태관광이나 야생에서 얻는 식품.약품의 경제적 규모도 상당하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관련,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선진국들이 노력하고 있는데 열대우림의 경우 1㏊당 연간 10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 국내 생태계의 가치 = 국내에서는 생태계 전반에 대한 경제적 평가는 없다.

한국해양연구소 이미혜 (李美慧) 박사는 미국 과학잡지 네이쳐지 논문의 방법에 따라 국내 해양생태계의 경제적 가치 (95년 기준) 를 계산했다.

연안생태계가 5백60억 달러, 바깥 바다가 1백10억 달러, 습지 30억 달러 등 모두 7백억 달러로 1달러당 8백원씩만 따져도 연간 56조원에 달한다.

또 산림청 임업연구원은 지난 봄 대기정화.토사유출방지.야생동물보호 기능 등 국내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95년 기준으로 연간 34조6천억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李박사는 "생태계 기능을 돈으로 환산하는 과정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지구환경과 생물종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된다" 고 말했다.

한편 2만8천4백60여종의 생물이 보고된 국내에서는 호랑이 등 6종이 멸종됐고 1백50여종이 희귀.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 국내 토종생물의 74%가 지난 10년사이 사라졌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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