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를 찾아서] 의정부 부대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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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부대찌개는 한국전쟁(1950~53년)이 탄생시킨 음식이다. 전쟁 중 많은 국민이 피란살이와 극도의 먹거리 부족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 시절 예외적으로 ‘호사’를 누리던 사람들이 있었다. 미군 부대가 산재해 있던 경기도 양주군 의정부읍(63년 시로 승격) 일대 주민들이었다. 당시 8곳에 2000여 명의 미군이 주둔했다.

지난해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에서 시민들이 부대찌개를 맛보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이들은 전쟁 중 읍내에 있던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오는 햄과 소시지를 얻어다 끼니를 해결했다. 주민들은 햄과 소시지에 김치와 고추장을 섞고 물을 붓고 끓여 한국식의 찌개를 만들어 먹었다. 일종의 ‘퓨전음식’이었다.

전쟁이 끝났어도 주민들의 먹거리 고민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들은 전쟁 기간 중 해왔던 방식대로 주한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햄과 소시지를 구해 찌개를 만들었다. 차츰 의정부 일대에 이 음식이 맛 좋고 영양가도 높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이 과정에서 60년대 초 당시 양주군청 옆(현재의 의정부시 의정부1동) 골목 일대에 처음으로 전문 식당이 생겨났다. 미군 부대에서 나온 부식물을 가지고 음식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부대찌개’ 또는 ‘부대고기찌개’로 불렸다.

의정부1동 부대찌개 거리는 2000년대 들어 음식 이름에서 ‘기지촌 도시’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풍긴다는 이유로 ‘의정부 명물찌개 거리’로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고유의 이름이 타당하다는 여론이 일자 지난해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로 되돌렸다.

부대찌개는 이제 전국적인 유명 음식이 됐다. 부대찌개 거리의 음식점 수는 10여 곳으로 늘었다. 부대찌개 식당들은 햄과 소시지 및 다진 고기를 주재료로 묵은 김치와 고추장에다 육수를 붓고, 고춧가루·각종 야채·양념을 넣어 조리한다. 부대찌개 식당을 운영하는 이은주(40·여)씨는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선 오래전부터 미군 부대에서 음식 재료를 구하지 않고 미국과 호주에서 수입한 재료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의정부시는 부대찌개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부대찌개 거리를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로 지정했다. 2006년부턴 매년 가을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를 열고 있다. 김문원 의정부시장은 “의정부 부대찌개를 브랜드로 만들어 국내외에 알리고, 지역 특산 음식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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