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진통상 매출액 3% 정신지체아시설에 전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IMF한파를 맞아 대부분의 기업들이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가운데 한 모피회사가 어려운 경영형편에도 불구하고 총매출액 가운데 일정액을 매일 적립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강동구천호동에서 모피만을 전문 취급하는 ㈜세준통상 안덕수 (安德洙.45) 이사는 모피 매출액의 3%를 관내 정신지체아 수용시설인 우성원에 전달키로 하고 22일 오전 지난 8~18일까지의 총 매출액 5천5백만원중 3%인 1백65만원을 들고 우성원을 찾았다.

이는 지난12일 지난달 27일~이달 7일까지의 매출액 4천3백여만원중 3%인 1백31만원을 전달한데 이어 두번째 우성원 방문길이었다.

安씨가 이같은 '3% 적립' 을 결심하게된 것은 지난달 하순 우연히 구청에 들렀다가 '요즘의 경제위기 속에서 불우이웃 시설에 발길이 뚝 끊겼다' 는 얘기를 듣고부터. “비록 회사 사정이 어렵다 해도 기업은 그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에 이익의 일부를 환원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모피가 고가이고 겨울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열흘 매출액 4천만~5천만원은 예년의 하루 판매액에도 못미치는 수준. 더욱이 자체 공장을 가지고 모피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는 安씨로서는 환율급등으로 원자재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부담이 더욱 가중된 상태였다.

하지만 安씨가 이같은 계획을 회사 직원들에게 알리자 모두들 흔쾌히 동의했고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부터 매일 매출액의 3%씩을 떼내 불우이웃시설에 전달하게 됐다.

워낙 불경기라 일단 내년 1월말까지 우성원 한곳에만 보내기로 했지만 매출액이 늘면 다른 사회복지 시설에도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 安씨는 연말 불우이웃돕기가 '얄퍅한 생색내기' 로 비춰지는 것이 싫어 성금전달자를 모피제품 구매자들 명단으로 대체했다.

처음엔 아예 익명으로 할까 싶었지만 양해를 구한뒤 고객들 이름으로 전달하는 것도 뜻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성금 1차분은 당시 모피를 사간 1백5명 이름으로 이뤄졌으며 22일에도 83명 명의로 전달됐다.

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