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70대 길동무 셋, 밤새워 100㎞ 걷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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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쥐가 나고, 힘들었지만 끝까지 걸어서 행복합니다.”

한국 100㎞ 걷기대회에 참가한 김영길·채홍기·윤희정씨 왼쪽부터)가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지역을 걷고 있다.

70대 노인 3명이 100㎞ 걷기에 도전해 성공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18~19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제3회 한국 100㎞ 걷기대회에서 채홍기(78·원주시 단계동)·윤희정(76·원주시 단구동)·김영길(72·원주시 단구동)씨 등 원주의 ‘걷기 노인 삼총사’가 완보했다. 완보는 100㎞를 25시간 이내에 걷는 것으로 이들은 19~21시간 만에 도착지점인 원주운동장에 각각 도착했다.

100㎞ 걷기는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대회로 통한다. 18일 오후 3시 출발해 세 끼의 식사 시간을 제외하곤 휴식 없이 밤을 새워가며 걸어야 완보할 수 있는 대회다. 체력과 정신력을 함께 갖춰야 완보가 가능하다.

게다가 세 번째 도전에 나선 이들은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다. 채씨는 심한 감기를 앓고 있었으며, 유씨는 며칠 전 왼쪽 발목 위를 다쳐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김씨도 한달 전 수술을 해 보약을 먹으며 몸을 추스르던 중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중도에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일단 도전하겠다는 생각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젊은이들이 앞서 나갔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페이스를 잃지 않았고, 힘에 부칠 때는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세 번째라지만 사실 이들은 2007년 창설된 100㎞ 걷기대회에 앞서 열렸던 예비대회에서도 100㎞를 걸었다.

삼총사의 걷기 경력은 10~20년에 이른다. 이들은 매일 집에서 단구동 노인종합복지관까지 몇km를 각각 걸어 다니는 등 걷기를 생활화했고 여러 걷기대회에 수시로 함께 참가했다. 대한걷기연맹(www.walking.kr)에 등록된 채씨와 윤씨의 걷기 누적거리(각종 걷기대회 참기 기록을 종합)는 각각 1783㎞와 1395㎞에 이른다. 이들은 한결같이 걷기를 건강에 최고로 꼽았다. 윤씨는 “열심히 걸은 덕분에 별다른 약을 먹지 않고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10여 년에 걸친 걷기와 등반으로 당뇨도 극복했다. 17년간 복용했던 당뇨약을 2년 전에 끊었다.

대한걷기연맹 이강옥 이사장은 “100㎞ 걷기는 젊은이도 쉽지 않다”며 “삼총사의 지구력은 40대 후반, 정신력은 그 이상”이라고 평했다. 이번 걷기대회에는 261명이 100㎞ 구간에 참가, 200명 정도가 완보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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