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균형감, 균형 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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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2국> ○·쿵제 7단 ●·저우루이양 5단

제5보(60~72)=흑▲로 가볍게 눌러간 수단이 이른바 ‘삭감’이다. 우변 백진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견제하며 전국의 균형을 잡고 있다. 삭감은 너무 깊어도 안 되고 너무 얕아도 안 된다. 지금 백△ 석 점은 철봉처럼 단단해서 접근 불가. 그쪽과 최대한 멀리 하면서도 우변 백 집을 깎아내는 감각이 바로 균형감이다. 기성 우칭위안(吳淸源)이 갈파한 ‘조화(調和)’ 역시 바둑의 본질이 끊임없는 균형 잡기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백이 ‘참고도1’ 백1, 3으로 받아 우변을 집으로 굳히는 것은 최악이다. 잔뜩 투자해 놓고 코앞에 던져진 몇 푼의 현찰에 만족한다면 바둑을 이길 수 없다(4가 놓이면 우상 흑진이 공짜로 커진다). 백은 이미 투자된 백△의 힘을 활용해야 하고 그 길은 흑을 분리, 공격하는 것. 바둑은 길게 봐야 한다. 쿵제 7단이 60으로 차단한 이유다. 63의 두 칸은 ‘적진에선 최대한 가볍고 빠르게’라는 기훈에 따른 것이고 64는 힘을 비축하며 A의 이득을 확보한 수. 바둑이란 때론 폭풍과 같이 변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이런 식으로 칼날을 감춘 채 소곤거리듯 흘러가는 법이다. 69도 저우루이양 5단의 조심성을 보여준다. ‘참고도2’처럼 둘 수도 있었지만 쫓기는 게 싫었다. 균형을 중시하는 성격이고 형세가 나빠지지 않는 한 무리하지 않는 성격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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