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 ‘참고도1’ 백1, 3으로 받아 우변을 집으로 굳히는 것은 최악이다. 잔뜩 투자해 놓고 코앞에 던져진 몇 푼의 현찰에 만족한다면 바둑을 이길 수 없다(4가 놓이면 우상 흑진이 공짜로 커진다). 백은 이미 투자된 백△의 힘을 활용해야 하고 그 길은 흑을 분리, 공격하는 것. 바둑은 길게 봐야 한다. 쿵제 7단이 60으로 차단한 이유다. 63의 두 칸은 ‘적진에선 최대한 가볍고 빠르게’라는 기훈에 따른 것이고 64는 힘을 비축하며 A의 이득을 확보한 수. 바둑이란 때론 폭풍과 같이 변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이런 식으로 칼날을 감춘 채 소곤거리듯 흘러가는 법이다. 69도 저우루이양 5단의 조심성을 보여준다. ‘참고도2’처럼 둘 수도 있었지만 쫓기는 게 싫었다. 균형을 중시하는 성격이고 형세가 나빠지지 않는 한 무리하지 않는 성격이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