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당선자의 인사 스타일…지역·연고 배제, 새얼굴로 기존인사와 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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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마음의 칼' 을 갈고 있다.

누구를 해치려는 칼이 아니다.

“ '최초의 여야간 정권교체를 이룬 대통령' 으로서 정말 한번 잘해보려는 의지가 넘친다” 는 게 최근 만난 인사들의 전언이다.

그래서 골프 얘기에 빗대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면 장타 (長打)가 안 나온다” 는 우려도 일부 나올 정도다.

金당선자의 의지는 곳곳에서 느껴진다.

21일 일부 언론이 '1월 전당대회에서 총재직을 이양할 것' 이라고 보도하자 즉각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 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인사 청문회 제도의 도입을 통한 책임정치 구현 의사도 굳혀가고 있다.

앞의 사례는 당정의 최고 책임자라는 권한을 갖고 단추구멍을 채워 나가겠다는, 뒤의 사례는 과거 정부와 확실히 다른 민주적 제도로 시작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의 관심은 IMF 위기극복과 정권인수위의 원활한 가동” 이라는 점을 밝혀왔다.

논점의 단순화를 통해 역량의 극대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25일까지로 예상되는 '일산 구상' 은 이러한 숙고 (熟考) 의 결과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일반의 관심은 김대중정부가 펼칠 개혁 프로그램의 내용과 함께 60여일 뒤 어떤 사람이 등용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개혁도, 민주화의 완성도, 새로운 정치.경제 패러다임의 제시와 실천도 결국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사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장수비결중 하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고, 이들과 기왕의 인사를 섞어 새로운 세력을 양성해온 점이다.

이 점에서 현재 심경을 13대 총선 직후와 비슷할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당시 金당선자는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재야그룹인 평민연 (平民硏) 과의 연대를 통해 여소야대 (與小野大) 하의 제1야당 당수로 떠올랐다.

활동공간이 대폭 확대되고 의욕이 넘친다는 점이 지금과 비슷하다.

당시 그는 계보가 달랐던 김원기 (金元基) 현고문을 야대 (野大) 국회의 조타수격인 원내총무에, 역시 별다른 인연이 없던 초선의 이상수 (李相洙) 의원을 대변인에 파격적으로 기용했다.

'손' 과 '입' 을 외부 인사에게 맡긴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유의 연고를 떠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보다 책임이 훨씬 무거워졌고 인사 재량권은 몇십배 늘어났다.

무엇보다 실패했을 때의 위험부담이 천양지차로 커져 연고.정실 위주의 인사로는 국정운영에 당장 주름살이 올 것이다.

반면 역대 대통령에게 없었던 부담도 있다.

그는 소수 연립정권의 대통령이다.

공동정권의 또다른 주역인 자민련 의원들은 물론 국민회의 의원들도 겉과 달리 '한 자리' 에 대한 기대가 엄존한다.

공동정권 정신에 의해 자민련이 소속 의원들을 대거 행정부에 추천해올 경우 국민회의 몫만 전문가들로 채우는 것도 모양이 이상하다.

'DJT 공동의 살신성인 (殺身成仁)' 정신으로 이의 극복을 도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청문회는 이의 제도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청문회가 있으면 그 부처.기관과 아무 연고없는 의원을 단지 '몫' 이라는 이유 하나로 '장 (長)' 에 추천하기 어렵다.

반면 비정치권의 전문가는 이를 통해 의회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출발할 수 있다.

인사 청문회의 범위.실시 시기도 관심사인데 일부에서는 2월25일 대통령 취임 전 정부조직 개편과 청문회 등을 모두 마치고 취임과 함께 새 정부가 출범하는 구도를 제시하고 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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