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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갤럽 박무익소장“막판조사 공표금지는 미개한 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김대중후보가 1% 남짓한 차이로 '박빙의 승리자' 임이 확정되던 18일 자정무렵, '1%의 승리' 의 또다른 주인공인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박무익소장도 박수를 받고 있었다.

이날 오후 6시, MBC는 전날 방송 3사가 합의한 '자정전 예측보도 자제' 합의를 깨뜨리고, 투표가 마감되자마자 김대중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갤럽의 투표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비신사적 행위이긴 하지만 명분은 '이미 수차례 예고방송을 내보냈다' 는 '시청자와의 약속 우위론' 을 내걸었다.

어쨌든 조사결과에 대한 갤럽의 자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터. 결국 “호랑이 등을 탄 심정” 이라는 박소장의 승부수는 방송 3사의 예측보도가 상당수 틀렸던 지난 총선의 악몽을 떨치고 과녁에 맞아떨어졌다.

최종집계 (40.3% - 38.7%) 는 MBC (39.9% - 38.9%) 보다 KBS의 투표자조사 (40.7% - 38.7%)에 가까웠지만 뒤집지 않은 패를 평할 수는 없는 일.

- 어떻게 맞출 수 있었나.

“전화여론조사뿐 아니라 전국 유권자의 축소모형이라고 할만한 1천명규모 패널을 대상으로 꾸준히 지지성향 변화를 추적해 왔다.

18일 조사는 그동안 조사의 검증차원이다.

성별.나이.직업.원적.지역별로 그동안의 추세가 일관되게 유지됐다.

수치는 어제와 똑같았다.”

- 여론조사를 거듭해온 건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여론조사의 오차는 두 가지다.

'2천5백명에 ±2. 0%' 가 표본크기에 따른 오차라면 비표본오차는 응답자의 거짓말이나 면접원 잘못으로 생긴다.

거짓답변이라면 그 거짓말의 방향, 예컨대 지역별성향까지 고려해서 표준화할 방법을 연구했다.

그런 게 조사기관의 노하우다.”

- 맞춘 소감은.

“서구에 비해 한국의 조사기법이 뒤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서구에선 '내일 투표에서 누구를 찍을거냐' 고 묻는다.

한국에선 그러면 '너 알아서 뭐할래' 하기 십상이다.

우리는 '국익을 위해 누가 되는 게 좋겠느냐' 고 간접질문을 한다.”

- 여론조사가 정략적으로 이용된단 비판도 있다.

"87년만해도 여론조사를 컴퓨터 조작이라고 했었다.

지금은 여론조사가 발표되도 그런가부다 한다.

사고방식이 많이 합리화했단 증거다.

민주주의의 성립조건은 과정의 공개에 있다.

막판 23일간 여론조사 발표를 금지하는 건 미개한 나라의 법이다. 각종 조사결과가 유언비어처럼 나돌아 오히려 더 어지럽지 않았나. 출구조사도 물론 가능해야 한다.

여론조사가 한국사회를 더 합리적이고 건전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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