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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기업정책 변화에 촉각…공정경쟁 체제 활성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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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재계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그간 선거공약 등으로 미뤄 산업정책 등 기업활동에 상당한 환경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단체와 주요그룹들은 金당선자가 내걸었던 각종 경제공약을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金당선자 경제참모들의 인맥 파악에 나서는 등 분주한 움직임이다.

재계는 헌정사상 최초의 정권교체를 맞게 된 데 대해 "변화보다 안정을 원하는 기업 속성상 정권교체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 이라며 "그러나 '민주적 시장경제원리' 를 강조하는 당선자의 경제철학을 고려할 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는 입장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재벌이 정경유착의 대명사처럼 돼 왔던 것은 정부가 사실상 경제활동을 주도하려 했기 때문" 이라며 "기업규제가 완화되고 시장원리가 바르게 작동한다면 사업을 제대로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YS정부의 최대실정은 기업현장에서 나오는 건의들을 정부가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것" 이라며 "새 정부는 무엇보다 정.재계간 대화통로 재구축을 최대과제로 삼아야 한다" 고 말했다.

재계입장에서도 국민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는 판단 아래 전경련은 금명간 회장단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재계는 일단 金당선자의 핵심적 경제관이 '민주적 시장경제' 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자율과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국제통화기금 (IMF) 이념과도 합치하는 것으로 본다.

재계는 따라서 정부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한 자유경쟁체제 활성화가 예상되는 만큼 기득권에 집착하는 관행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시장개방 가속에 따른 외국기업과의 경쟁체제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호.해태.대상.쌍방울 등 호남연고 기업의 부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나 해당기업들은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시각이다.

특히 김대중 당선자가 "특혜나 차별은 없을 것" 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정경유착' 이나 '괘씸죄' 같은 구시대적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金당선자는 20대때 해운업체를 직접 운영한 경험이 있고 야당의원 시절 경제통으로 활약해 온 데다 오랜 대통령직 준비기간중 경제관을 다듬어 왔기 때문에 경제에 주름이 지게 하는 급진적 개혁은 하지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경제위기가 너무 심각한 데다 金당선자도 '2000년대 초반 세계 5강 진입' 목표를 제시하는 등 부국 (富國)에의 집념을 천명해 새 정부가 '경제살리기' 를 1차적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최근 경제위기의 주된 원인중 하나로 대기업의 과다한 차입경영과 무분별한 사업확장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강도 높은 치유책 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한계사업 정리, 기업 인수.합병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가속되고 이사회.주총 기능이 강화되며 투명경영을 위한 연결재무제표 작성 의무화조치 등도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당거래와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 강화도 예상되고 있다.

재계는 이에 대해 "IMF체제를 맞아 투명경영은 시대적 과제인 만큼 기업들도 적극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 며 "다만 점진적으로 시행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는 입장이다.

특히 실업문제의 경우 기업들은 "회사가 살려면 상당폭의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 는 입장이나 당선자는 "대량해고는 곤란하다" 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대우그룹 관계자는 "당선자가 인위적인 재계개편을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며 "기업활동을 자유스럽게 허용할 것으로 전망되나 기업운영의 비민주적인 요소는 제거할 것으로 보인다" 고 내다봤다.

한편 중소기업계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는 점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기업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21세기는 중소기업 시대라는 당선자의 지론대로 중소기업의 고질적 자금난 등 난제들이 해소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인위적 지원이 어려워진 시대상황이어서 중소기업의 자생력 확보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대북 (對北) 경협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대의 일관제철업 진출, 동부의 반도체 진출, 한보철강 처리문제, 공기업 민영화, 기아 해법 등도 관심거리다.

민병관·고윤희·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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