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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불황시대 '가족 이미지'앞세운 신마케팅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믿을 곳은 역시 가족밖에 없다.' 불황.감원.부도.IMF구제금융…. 온통 우울하고 냉랭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꽁꽁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가족' 이란 따뜻한 테마로 녹여보려는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경품.사은품 행사에다 바겐세일등 비싼 돈 들여 갖가지 판촉전략을 동원해봤지만 매출부진 극복에는 역부족. 소비 심리가 잠시 반짝하다 금새 위축되고 만다.

결국 궁리끝에 동원한 전략이 소비자들의 마지막 보루인 가족을 내세워 제품 이미지도 높이고 소비심리의 해빙 (解氷) 을 유도하려는 '가족 마케팅' 이다.

자신이나 친구.애인 중심의 종전 광고.마케팅과는 상당한 차이다.

빙그레는 지난 11월 라면.아이스크림.우유.스낵제품에 대한 소비자 판촉행사를 벌이면서 '부모님께 사랑을' 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경품도 카세트.청바지등 개인용 중심의 종전과는 달리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많이 포함시켰다.

아이스크림 투게더의 경우 '부모님 댁을 새롭게 꾸며드리세요' 라며 다섯 가족을 골라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또 '라면이 아니라 뉴면' 이라며 라면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온 뉴면제품은 5봉지 들이 가족용 멀티팩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런 판촉에다 가게에서 취급하기 편한 강점이 겹치면서 10월까지만 해도 월평균 7만5천상자 (1상자 20봉지) 이던 뉴면 판매가 11월에는 16만 상자로 곱절이상 뛰었다.

빙그레 관계자는 "멀티팩 제품이 뉴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며 "이달에는 22만 상자가 팔릴 것으로 기대된다" 고 말했다.

여기에 고무받아 오뚜기도 가족용 라면제품을 선보일 예정이고 진라면 광고를 '가족같이 진한 진라면' 이란 표현으로 바꿨다.

국제화재 광고는 '저희 회사에는 고객이 한 분도 없습니다' 라는 다소 엉뚱한 문구로 시작한다.

그런 뒤 '국제화재의 모든 고객은 바로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가족 개념을 부각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TV.컴퓨터.휴대폰.자동차 광고에서 '따뜻한 기술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가족' 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기술우위.세계 일류.초우량 기업등 딱딱한 슬로건에서 따뜻한 휴머니즘의 세계로 테마를 바꾼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박한 세태 속에서 훈훈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가족이란 개념을 강조했다" 고 말했다.

동아건설 아파트 광고는 '아빠! 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어주세요' 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원주택이나 소음방지를 강조하던 종전의 아파트 광고와는 사뭇 색다른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쌍용건설은 '아내 같은 아파트' 라는 표현으로 가족 이미지와 연결시키고 있다.

보험상품에도 가족 마케팅이 등장해 삼성화재는 '내 아내는 내가 챙긴다' 며 아내사랑보험을, '당신이 건강해야 가족이 행복합니다' 라며 신바람건강 생활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태평양생명은 이미 수년전부터 '아빠 사랑 캠페인' 을 전개해왔고 대우도 최근 전세계를 누비는 현지경영의 모습을 보여주는 세계 경영 캠페인에 '다음 세대와의 약속' 이란 가족 개념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에 찌든 소비자들에게 각박한 구호를 외쳐봤자 통하지 않는다" 며 "심금을 파고드는 가족 개념을 마케팅에 동원하는 기업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 라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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