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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시장 점유율 33% … ‘반짝 1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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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올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호주산의 3분의 2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협상 타결 1년을 앞두고 본지가 쇠고기 수입 동향을 알아본 결과다.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 4월 18일 한·미 양국이 1차 협상 타결을 본 뒤 30개월 미만만 수입한다는 추가 협상을 거쳐 지난해 6월 26일 국내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16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호주산 쇠고기는 2만7510t, 미국산은 1만8470t이 수입 검역을 통과했다. 전체 수입 쇠고기 중 미국산의 점유율은 33%로, 광우병 파동 이전인 2002년(65%)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 수입이 재개된 뒤 9월과 10월 호주산을 누르고 반짝 1위를 차지했으나 그 뒤로는 쭉 호주산에 밀리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저조한 이유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고, 또 환율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이달 4일 일부 점포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팔기 시작했으나 판매량이 미미한 실정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서 4~15일 판매된 전체 쇠고기 중 미국산은 3%(금액 기준)에 그쳤다. 한우가 73%, 호주산은 24%였다. 대형마트에서는 백화점보다 미국산 쇠고기가 많이 팔리는데 지난달 이마트 판매 비중은 미국산 20%, 한우 49%, 호주산이 31%였다. 대형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팔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한우 값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도 있었으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모습이다. 농협에 따르면 올 3월 서울 지역의 1등급 한우 갈비 소비자값은 ㎏당 3만2900원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지 않던 지난해 같은 달(3만3000원)과 차이가 없었다.


◆추가 개방 압력=미국 일부 의원은 한국이 ‘30개월 미만’이라는 수입 제한을 풀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하겠다는 압력을 넣고 있다.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목축을 많이 하는 몬태나주를 지역구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펴는 의원은 소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도 쇠고기 월령 제한을 문제 삼고 있지 않다. 또 일본이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판에 한국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보다는 캐나다가 발등의 불이다. 캐나다는 9일 쇠고기 문제를 놓고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캐나다도 미국처럼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인정한 광우병 위험 통제국이다. 그런데 한국이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 것은 WTO의 ‘동등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지금까지 15차례 광우병 소가 발견됐으나 모두 도살 전에 찾아내 광우병 쇠고기가 유통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우병준 박사는 “국제 통상 기준에 따르면 캐나다산 쇠고기를 미국과 차별해 수입하지 않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수입 금지 전인 2002년 캐나다는 미국·호주·뉴질랜드 다음으로 우리나라에 쇠고기를 많이 수출한 나라였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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