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죽은 바둑, 산 바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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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2국>
○·쿵제 7단 ●·저우루이양 5단

제4보(47~59)=도발을 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상당한 피를 흘렸다. 이 판 최초의 접전이었던 우하 공방전에 대한 외형적 소견이다. 그러나 저우루이양 5단의 47이 미묘한 선을 건드리며 백의 의사를 묻고 있다. 작은 손해를 봤지만 49의 강수를 성립시킬 팻감이 이곳에 있는 한 실지 회복은 시간문제란 주장이다. ‘참고도’ 백1로 물러선다면 팻감은 없다. 문제는 흑2를 선수로 당한다는 것. A까지 선수라서 덤 이상 손해다.

쿵제 7단은 숨도 안 쉬고 48로 막는다. 프로는 앞길의 위험이 판이 끝날 정도의 결정적인 게 아닌 한 먼저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참고도’ 백1 같은 겁 먹은 수는 수치일 뿐이다. 이런 ‘죽은 바둑’으로는 이길 수 없는 게 바둑이란 걸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작 위험이 닥쳤을 때는 어떡하나. 그때는 새로운 변화를 찾으면 된다. 그게 ‘살아있는 바둑’이다.

기어이 49가 떨어졌고 엄청난 패가 시작됐다. 흑은 53이 준비된 팻감. 천하 없어도 이 패는 받지 않을 수 없다. 하나 55(▲의 곳)로 따내자 백에겐 팻감이 없다. 결국 58까지의 바꿔치기인데 부분적으로 흑이 벌었다. 온건하던 흑이 강수를 던져 우하의 손실을 만회한 장면. 쿵제 같은 강자를 상대로 밀물과 썰물처럼 강약의 호흡을 조절하며 국면의 균형을 잡아가는 저우루이양의 솜씨가 볼 만하다. 59도 균형을 잡는 수.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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