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분기 펀드 평가] 1분기 수익률 8% 선방 … 반토막 후유증은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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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평가 대상 국내주식형 펀드 중 1년 누적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단 하나도 없었다. 평균 수익률은 -27.85%였다. 그나마 1분기에 좋은 성과를 보인 중소형주 펀드(-21.32%)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었다.


펀드별로는 ‘알리안츠GI Best중소형주식A1’(-14.13%)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우리CS부울경우량기업플러스주식투자 1A1’(-14.63%)과 ‘우리SK그룹우량주플러스주식 1-A1’(-16.51%)이 그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 TIGER BANKS 상장지수’ 펀드는 가장 낮은 -47.91%를 기록했다.

해외주식형 펀드의 1년 누적수익률은 아직도 반 토막에 가까운 -40.59%로 나타났다. 지역마다 수익률 격차가 컸다. 러시아 펀드는 1분기 수익률이 좋았는데도 1년 성과를 따지면 -75.63%로 꼴찌였다. 동유럽 펀드(-63.46%)나 남미 펀드(-50.84%)의 1년 수익률도 하위권이었다. 전체 해외 펀드 중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건 ‘PCA China Dragon A Share주식A’ 펀드 A클래스(1.52%)와 C클래스(0.74%) 두 개뿐이었다. 그 뒤를 ‘삼성KODEX China H’(-4.66%)와 ‘PCA아시안리더스주식자P’(-8.28%)가 이었다. 모두 환헤지를 하지 않아 원화 약세 덕을 본 상품이다. 환헤지를 한 해외 펀드 중엔 헬스케어 관련 펀드나 중국 펀드의 누적 수익률이 높게 나타났다.

삼성증권 김휘곤 연구위원은 “원금의 50%를 날린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100%의 수익률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금 회복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적립식이라면 좀 다르다. 적립식 펀드는 주가가 급락했을 때 싸게 주식을 사들이면 수익률을 빨리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위기 때도 적립식 펀드를 계속 부어온 경우엔 원금 회복에 가까워졌다. 2007년 10월부터 ‘ING 1억 만들기 주식1’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해 왔다고 가정할 때 이달 10일 기준 누적수익률이 -3.71%다.

같은 시기에 거치식으로 투자한 경우(-32.11%)나 1년 동안 적립식으로 붓다가 납입을 중단한 경우(-20.72%)에 비해 성과가 훨씬 낫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가 지난해 금융위기 직후 겁을 먹고 적립식 펀드의 납입을 중단하는 바람에 저점에서 펀드를 사들일 기회를 놓쳤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위원은 “지금은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되, 증시 회복이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펀드를 갈아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분기 수익률이 양호했던 국내주식형 펀드, 중국본토 펀드, 브라질 펀드가 그의 추천 지역이다.

소규모 운용사 성적 돋보여
변동 장세에 탄력적 대응
유진·유리자산운용 두각

“지금이 초유의 위기라면 경기 방어주의 개념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CS자산운용의 강선식 주식운용본부장은 연초 이런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경기 방어주에는 통신·에너지·식품주 등이 꼽힌다.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웬만해선 소비가 줄지 않는 필수 소비재를 만드는 업종이다. 하지만 이 회사 운용팀은 방어주의 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강 본부장은 “전통적 방어주의 경우 정부의 가격인상 억제 정책 등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정부 정책의 수혜를 받는 녹색산업, 원화가치 급락으로 경쟁력이 올라가는 수출기업 등이 새로운 방어주라고 판단해 주식 편입 비중을 늘렸다”고 덧붙였다.

전략은 주효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부산·울산·경남의 지역 기업과 녹색산업 등에 투자하는 ‘부울경 우량주플러스주식’과 ‘SK그룹 우량주플러스주식’ 펀드를 수익률 상위 그룹에 포진시켰다. 덕분에 운용사 ‘톱 10’(일반주식 펀드 기준. 설정액 300억원 이상) 내에 그나마 덩치가 큰 곳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전체적으로는 소규모 운용사들의 성적이 돋보였다. 중소형주 펀드가 약진한 영향이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얼마나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가 수익률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몸집이 가벼운 곳이 아무래도 유리했다는 평가다.

순자산이 1조원이 넘는 대형사 중에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38개사 중 14위를 기록했다. 반면 중소형 가치주 펀드인 ‘스몰뷰티’의 유리자산운용은 지난해 12위에서 올 1분기에는 4위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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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이희성·조민근·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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