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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뷰]한국영화 IMF시대 살아남기 몸부림…다양한 장르시도로 불황 돌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IMF, 환율폭등 등 경제위기로 한국영화계도 한층 위축되고 있다.

한동안 한국영화 제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대기업들 중 몇몇 군데가 영상산업에서 손을 뗄 것이란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충무로에서는 한국영화 산업의 기반 자체가 와해될지도 모른다는 극단의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25일 개봉예정인 이황림 감독, 박중훈.김지호 주연의 코믹멜로 '인연' (박중훈.김지호 주연) 을 마지막으로 마감되는 97년 한국영화의 총 제작편수는 57편. 그러나 내년에는 자금줄이 더욱 말라 제작편수가 20~30편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올 하반기 '접속' '편지' 등의 흥행성공으로 멜로영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개봉을 목표로 진행중인 새 영화들은 제작비 현실화와 장르의 다양화, 신인감독들의 4~6억원의 저예산 작품들의 시도, 외국과의 합작등 어려운 현실에 대응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98년 첫 한국영화는 1월1일 개봉하는 여균동 감독의 '죽이는 이야기'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려는 영화감독을 주인공으로 한국영화계의 현실을 코믹하게 풍자한 이 작품은 우리 영화계를 돌아보는 자기성찰적 영화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시네마천국'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감독 (문성근) 과 비비안 리 처럼 되고 싶은 3류여배우 (황신혜) , '미션 임파서블' 류를 만들고 싶어하는 액션배우 (이경영) . "죽이게 재미있는 영화" 를 만들려던 감독의 의도가 기획단계에서부터 좌절되는 슬픈 현실을 그려가는 역설적인 코미디다.

설 개봉예정인 신인감독 허진호의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 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자의 짧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가는 멜로영화. 한석규.심은하 등 스타들이 출연하지만 개런티를 조절해 제작비를 10억원 이내로 줄였다.

4월 개봉예정으로 촬영이 진행중인 신인감독 김지운의 '조용한 가족' 역시 스타개스팅 배제로 제작비를 10억원 선으로 줄이고, 코믹잔혹극이란 새로운 스타일을 표방하는 작품. 최민식.고호경과 중견 탤런트들이 출연,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산장을 운영하면서 뜻하지 않게 투숙객들의 연속적인 피살사건을 겪는 가족의 이야기다.

무대가 산장으로 국한된 것도 제작비를 줄이는데 큰 몫을 했다.

슬픈 사나이들의 이야기임을 내세우는 심승보 감독의 데뷔작 '남자이야기' 도 최민수 등 출연자와 스탭들이 흥행수익을 배분받는 러닝개런티제를 택해 제작비를 크게 줄였다.

한편 5억원 정도의 저예산으로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는 신인감독들의 작품들도 늘었다.

이지상 감독의 '노란꼿' (가제) 는 5천만원의 예산으로 시작한 독립영화. 후반작업비용을 대주겠다는 제작자가 나서면서 총 제작비가 2억원 정도로 늘긴 했지만 저예산 정신과 기존영화의 관습을 깨보겠다는 대안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3살의 여감독 이서군의 '러브러브' 도 제작비 5억원선의 저예산, 2028년 서울을 무대로 사랑, 기억, 시간의 관계를 다루는 특이한 SF영화를 표방한다.

프랑스 유학파인 최호 감독의 테크노세대 영화 '바이준' 도 신인스탭과 신인배우만을 기용해 개런티를 줄여 5억5천만원의 제작비로 만든다.

한편 비교적 저예산작품들을 만들어온 박철수 감독은 세계무대를 목표로 불교영화 '성철' 을 만들고 있다.

제작비 20억원의 대작인 '성철' 은 선의 세계를 다루는 구도영화로 서구적인 시각의 오리엔탈리즘을 극복, 동양적인 불교영화임을 내세운다.

또한 문승욱감독, 안성기 주연의 '이방인' 은 폴란드와 합작으로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작품이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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