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시내서 총격전 … 첫 사망자 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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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태국의 반정부 시위가 결국 유혈충돌로 이어졌다. 시위대는 열차 운행을 저지하고 총격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13일 저녁(현지시간) 수도 방콕 주택가에서 총격전으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태국 정부가 이날 발표했다. 앞서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는 12일 방콕과 인근 5개 주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시위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이 이끄는 태국 반정부 시위대는 19일째 정부 청사를 점거한 채 정권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다.

13일 태국 수도 방콕 중심가에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시위대와 보안군이 불타는 버스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이날 새벽 보안군은 최루가스를 뿌리고 허공에 위협사격을 가하며 시위 해산작전에 나섰으나 양측에서 9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시위는 더 격화하고 있다. [방콕 AP=연합뉴스]

◆LP가스통으로 위협=현지 더 네이션지 보도에 따르면 진압작전은 13일 오전 4시에 시작됐다. 보안군 400여 명은 방콕시내 딘댕 인터체인지 부근에 집결해 있던 시위대 수백 명에게 최루가스와 공포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강하게 저항해 군인 23명 등 모두 90여 명이 다쳤다. 태국군은 진압작전 개시 3시간쯤 후인 오전 7시20분쯤 시위대를 모두 해산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이날 오전 방콕시내 20여 곳으로 흩어져 반정부 시위를 계속했다. 이들은 방콕으로 들어오는 외곽 철도까지 차단했다. 시위대는 시내 곳곳에서 수백 개의 요리용 LP가스통을 확보해 군이 진압을 강행할 경우 터뜨리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시내 랑남 거리에도 UDD 시위대 수십 명이 모여 인근 편의점에 방화까지 하며 군의 시위대 해산에 저항하고 있다. 이 밖에 UDD 시위대 수백 명은 딘댕 교차로 근처 송전탑 주변 도로를 버스 등으로 차단했다. 이날 정오쯤에는 시위대가 부근을 지나던 버스에 방화해 급히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시위대 수천 명은 정부 청사를 주 농성장으로 삼아 시내 주요 도로의 길목 20군데에서 버스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보안군과 대치하고 있다. 주 농성장인 정부 청사 앞에서는 시위대가 “언론이 UDD에 대해 편향된 시각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고 불평하며 “기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혀 취재진이 모두 철수했다. 이날 시위로 방콕의 버스들이 시위 현장을 피해 운행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편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방콕시 당국이 밝혔다.

◆강경진압 못하는 정부=아피싯 총리는 1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오전 시위 진압 과정에서 보안군 4명이 총탄에 맞아 부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강경진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태국군 대변인인 순선 카에우쿰 대령은 이날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군이 딘댕 교차로에 모여 있는 수백 명의 시위대에 대한 해산작전을 시작했으며 진압 전에 시위대와 수차례 타협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진압은 하되 대화와 타협을 먼저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아피싯 총리는 12일 TV연설에서 “앞으로 3~4일 안에 평화와 질서를 회복하겠다”며 “국민들이 동요하지 말고 국가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현지 영자지인 방콕포스트지와 더 네이션지는 13일 “불법 시위대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국가 리더십 실종이 국가 위기를 불렀다”며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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