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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백건우 오사카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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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요미우리신문 제공]

 10일 저녁 일본 오사카 이즈미홀에서 펼쳐진 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의 베토벤 연주는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을 거치며 화제를 일으킨 ‘소나타 대장정’의 완결판이었다. 일본 연주는 3일과 6일 도쿄 기요이홀에 이어 8일과 10일 오사카 이즈미 홀에서 열렸다.

백건우는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베토벤 소나타 32곡의 명작들 중 첫날 공연에서 30·14·19·23번을 둘째날 공연에선 10·26·8·32번을 골랐다.

첫 연주는 청년 베토벤이었다. 백건우를 거친 10번 소나타는 서정적이고 신선했다. 베토벤의 패기와 사랑이었다. 후기작인 26번 ‘고별’을 쉬지 않고 몰아친 백건우는 이별의 슬픔과 좋았던 시절에 대한 추억 등 변화무쌍한 감정변화를 천둥같이 파워풀한 음량으로 들려주었다.

2부의 첫 곡은 8번 ‘비창’. 베토벤을 눈 앞에서 그려내는 듯한 연주를 마친 백건우는 쉼없이 다음 곡으로 이어가려했지만 감동한 청중은 뜨거운 박수로 그를 멈추게 했다.

끝 곡은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 32번. 운명적인 저음의 묵직한 터치, 온화함과 박력으로 직조한 2악장의 종말, 꺼질듯 꺼지지 않는 생명의 불꽃을 백건우는 숭고하게 그려냈다.

절묘한 선곡으로 베토벤의 인생역정을 들려준 백건우. 그는 “겉으로는 거칠어보였지만 속마음은 너무나 따뜻했던 베토벤이었기에 그의 소나타는 비극적”이라고 말한다. 이즈미홀 특유의 아름다운 어쿠스틱과 묵직한 피아노 또한 그의 음악을 황홀하게 했다.

오사카=장일범(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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