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너진 경제 되살리자…부채상환기한 조정안 강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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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통화기금 (IMF) 과 한국 경제의 관계는 의사와 환자에 비유할 수 있다.

IMF와 체결한 협정의 조건을 이행하는 과정은 외과 수술을 받는 것에 견줄 만하다.

수술에는 목숨의 위험과 참기 어려운 고통이 따른다.

수술은 의사의 몫이다.

그러나 고통을 참고 요양과 섭생을 통해 몸을 회복시키는 것은 환자에게 달렸다.

지금 IMF 조건이행 도중에 가장 큰 고통은 금융공황에서 오고 있다.

금융공황은 금융기관의 부실경영이 만든 것이다.

금융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리스크 개념의 빈약으로 부실채권과 증권평가손이 누적됐다.

더구나 이 모든 부정적 현실을 정부와 감독당국의 장려에 따라 분식결산으로 은폐했다.

IMF의 요구는 이런 분식을 모두 걷어낸 다음 은행의 자본비율을 국제결제은행 (BIS) 기준인 8% 이상으로 만들어 내라는 것이다.

이 수준에 도달할 가망이 없는 금융기관은 폐쇄 아니면 인수.합병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

넘어질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금융기관에는 예금 인출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금융기관끼리 급전을 꾸려고 경쟁하고 부채상환을 연기하려고 노력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채권을 상환해 가려고 애를 쓴다.

이 통에 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비정상적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이렇게 금융기관끼리의 고래싸움 가운데서 사업기업들은 새우등 터지듯 부도를 내고 쓰러지는 일이 끝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 고통을 싹 없애거나 건강을 회복해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날 묘방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대로 있다가는 자칫 IMF 수술 후유증으로 너무도 많은 금융기관과 기업이 줄줄이 부도를 내고 쓰러지면서 우리 경제는 회복이 더욱 요원해지게 생겼다.

회생 가능 대상을 골라 금융기관 상호간, 그리고 사업기업에 대한 채권 상환기한을 자발적 계약에 의해 연장 조정하는 방안을 집단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도 거들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 사이의 자금융통에는 필요하면 정부가 지급보증을 설 필요도 있다.

그리고 정부는 성업공사의 자본을 확충해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신속히 인수, 자산은 줄이고 재정이나 정부보유 자산으로 은행자본을 늘려 은행의 자본비율을 늘려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채권 상환연장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채권자의 유동성 부족은 한국은행이 해결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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