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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인문학·자연과학 교양수업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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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학생들은 대학에서 전공은 물론, 다양한 학문을 고루 접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닐 커윈(60·사진) 미국 아메리칸대 총장은 “인적자원이 강조되는 지금, 대학교육에선 문학·역사·철학·자연과학 등 교양과목의 수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12일 서울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학생들이 전공과 다른 직업을 얻는 경우가 많은 만큼, 대학은 다양한 분야에 적응할 수 있는 교양인을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전공을 깊이 공부하면서도 다른 학문 분야를 고루 공부해본 학생들이 졸업 뒤 충실한 삶을 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크다는 설명이다. 하버드대 등 미 명문대들은 최근 교양과목의 비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있다.

커윈 총장은 “아메리칸대는 이를 위해 1~2학년 때 전공을 바꾸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인기 학과에 학생이 몰리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이 있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는 정부기관과 박물관·연구소 등이 있는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라 할 수 있는 만큼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과 아메리칸대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며, “수천만 달러를 들여 내년에 완공할 예정인 국제대학원 건물 주변에 한국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300㎡ 규모의 한국정원을 만들기 위해 200만 달러(약 27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 학교를 졸업한 한국인 동문 수백 명과 미 농무부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계획이다.

이 정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3년 심은 네 그루의 제주산 왕벚나무를 중심으로 한국 토종의 단풍나무·억새·박달나무 등을 심어 조성된다. 아메리칸대는 한국정원 조성을 위해 창경궁과 경복궁·호암미술관 등 한국의 대표적인 정원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커윈 총장은 “한국정원은 한국과 아메리칸대의 동반자 관계를 상징하는 기념물로 워싱턴DC 시민들에게도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6월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아메리칸대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대학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메리칸대에는 전세계 140여 개 국에서 온 1만1000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특히 국제대학원은 학생 3000명, 교직원 200명 규모로 미국에서 가장 큰 국제대학원이다. 이 대학원에 재학중인 한국 유학생도 100여 명에 이른다. 커윈 총장은 이번 방한 중 자매 결연한 고려대·숙명여대를 방문하고, 13일 한승수 국무총리를 예방할 예정이다.

글=정재홍 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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