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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용사 황이중,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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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준결승 2국> ○·이세돌 9단 ●·황이중 7단

제13보(159~174)=흑▲로 저지하려고 했으나 백△의 강수에 억장이 무너진다. TV 조명 아래서 굵은 땀을 닦아내며 고투하던 황이중 7단의 얼굴이 점차 체념으로 변해간다.

보통의 경우 백△는 무리다. 그러나 지금은 특수 상황. ‘참고도1’ 흑1로 차단하면 백2, 4로 공배를 메우게 만든 뒤 6으로 끊는 수가 성립한다. 흑▲들이 모조리 잡히고 만다. 그래서 159로 끊은 것이지만 160으로 잡을 때 흑은 다시 한번 괴로운 후퇴를 해야 한다(161). 만약에 161로 ‘참고도2’ 흑1로 반발하면 백은 8까지 안에서 두 집을 내고 산다. 백이 살면 흑 대마가 자동 전멸하게 된다.

간신히 손을 돌려 163만은 내주지 않았지만 164까지 밀고 들어오니 초반에 그토록 애써 구축했던 하변 흑집이 초토가 되고 오히려 백집이 더 많이 생겼다. 던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 황이중은 167로 죽음을 자청했고 이세돌 9단은 168로 목을 쳤다. 174에서 황이중 7단은 돌을 던졌다. 이로써 스코어는 2대0. 이번 대회에서 많은 강적을 쓰러뜨렸고 준결승 1국에서는 압승의 형세를 이끌며 이세돌 9단의 가슴마저 서늘하게 만들었던 용사 황이중이 여기서 탈락한 것이다. 인터넷 중계를 통해 패배를 확인한 황이중의 부인이 조용히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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