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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마케팅 '적과의 동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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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전자.가전업체들이 경쟁 회사와 협력 관계를 맺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기보다 서로 약점을 보완하거나 강점을 합쳐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적과의 동침'이라 할 만한 이 같은 경쟁사 간의 협력 형태는 기술 제휴나 공동 마케팅, 서비스망 공유까지 다양하다.

컬러브라운관(CRT) 제조업체인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최근 부품 공용화와 신제품 개발 공조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양사는 기존 CRT에 비해 두께가 10~15㎝ 정도 얇은 초슬림 CRT 개발과 관련해 일부 기술을 공유하거나 부품 규격을 통일하기로 한 것. 양사는 최근까지만 해도 서로 CRT 부문 세계 1위를 주장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이 PDP(벽걸이 TV용 화면)와 LCD(액정화면) 등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두 업체의 CRT 사업부문이 원가절감을 위해 힘을 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는 최근 대우전자서비스와 애프터서비스 대행 계약을 했다. 외국 가전업체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서비스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대우전자서비스는 전국에 70여개 직영센터와 2000여명의 전문요원을 보유한 애프터서비스 전문업체다.

지난해 말에는 LG전자가 한때 가전업계 라이벌이었던 대우일렉트로닉스와 미래 유망사업인 홈네트워크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 및 제품 간 호환성을 높이자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를 했다.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에서 라이벌로 통하는 일본의 소니와 대형 LCD TV 생산을 위한 합작사 S-LCD를 세운 것도 경쟁업체 간 협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국내 가전 및 전자업체들의 두꺼운 벽을 넘기 위한 외국 기업들 간의 제휴도 활발하다. 캐리어코리아는 올 초부터 도시바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다. 캐리어코리아 존 리 사장은 "한국시장에서는 고급 가전 부문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도시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후지쯔는 7월부터 코니카 미놀타와 제휴해 코니카 미놀타사의 프린터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기로 했다. 한국후지쯔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기업용 고속프린터 위주의 프린터 사업을 했으나 본사에서 프린터 생산을 중단함에 따라 국내에서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와 후지쓰도 2006년까지 유닉스 서버를 공동개발해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이현상.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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