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포커스]끝이 없는 '엔딩 송' 딕 훼밀리의 '또 만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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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울려나오는 노래는 뭘까? "애국가지 뭐" 라고 말하는 분이 있다면 잠깐만. 국기하강식이 있었던 지난해까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학교.군부대에서만 식이 거행되니 많이 줄어든 셈이다.

그렇다면 혹시 나이트클럽.호프집.소주방 가리지 않고 업소의 영업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빠빠빠…" 로 시작하는 '그 노래' 가 아닐까?

70년대 보컬그룹 딕 훼밀리의 '또 만나요' 말이다.

'나는 못난이' '작별' 등과 함께 이 밴드의 첫 앨범 (74년)에 실렸던 '또 만나요' 는 당시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단지 서울 소공동 '라스베가스' 라는 클럽에서 연주활동하던 딕 훼밀리의 퇴장을 알리는 곡으로 연주됐을 뿐.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엔딩 송' 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노래 가사처럼 멤버들이 헤어진 것은 82년. 리더였던 드러머 서성원씨는 '날개' 를 부른 가수 허영란씨와 결혼, 미국으로 이민갔고 한양대 성악과 출신 건반주자 문옥씨는 주부로 지내고 있다.

베이스를 쳤던 박수호씨는 전남 장성에서 커피숍을 운영한다.

이 곡을 작곡.작사한 오세은씨도 음악 활동을 중단한지 오래다.

서울 개포동에서 'SE' 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보컬리스트 차종태 (45) 씨는 "아직도 이 노래가 나오는 게 신기하다.

옛 멤버들이 한데 모일 기회를 손꼽아 기다린다" 고 말한다.

어쨌건 팍팍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한잔 더' 를 외치는 샐러리맨 여러분, 이 노래가 나온다고 짜증내지 마시고 "이제 그만 헤어" 지시길. "다음에 또 만날 날을 약속하면서" 말이다.

경제도 어렵다는데~.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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