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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 정부·민간 호흡 맞아야 발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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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북한의 로켓 ‘은하 2호’가 함경북도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발사됐다. 우주발사체 진위 논란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북한 발사체는 결국 위성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사체 기술이 우리보다 10년 정도 앞선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KSLV-I)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우주개발에 있어 우리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이 분야 선진국들과의 기술 격차를 한시라도 빨리 줄이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가 우주탐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바로 우주개발이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발사체와 발사장은 세계적으로 10여 개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주개발은 어려운 기술과 많은 자본금이 투자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우주개발은 이러한 특징 때문에 한 분야의 노력과 기술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정부출연연구원은 물론 산업체와 학계가 보유한 능력을 최대한 확장하고 조화롭게 활용해야만 비로소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우주개발은 최첨단 기술력, 막대한 자금, 높은 위험 부담 감수 그리고 장기간의 자금 회임 기간 등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산업 특성상 앞서 우주개발에 참여한 대부분의 국가는 우주산업을 시장경제 논리나 산업체에만 맡겨 놓지 않고 국가가 지원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력 우주발사체 H2A를 보유한 일본의 개발 역사를 살펴봐도 초기 발사체 연구개발 비용은 100% 국고에 의존하는 등 정부의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찍부터 로켓 개발에 참여했던 미쓰비시 중공업을 중심으로 작은 중소기업에서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들이 발사체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우주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 주도로 진행됐다. 하지만 우주개발이 점차 확대 진행되면서 산업체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가 우주개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적·경제적 위험도가 높은 선행기술 개발은 국가가 중심이 되고 기술 개발이 어느 정도 진전된 단계에서는 가격 절감이나 신뢰성 향상 등 기술의 정착을 위해 산업체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규격설정, 기본설계 및 미래 기술 선행 연구,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험 시설 구축 및 업체 대여 역할을 수행하고, 산업체는 상세설계나 제작 및 시험 평가, 해외수출을 맡는 등 역할을 분담해야 할 것이다.

또 산업체의 기술력을 선진국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산업체의 개발기술 수준에 따라 적정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일정 기간 정부의 우주 관련 개발 사업에 우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식의 전문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방위산업과 같은 우주산업체 육성책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연구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세제지원은 물론 참여 산업체가 우주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보는 요인을 해소할 수 있는 원가 인정 정책 마련과 국책연구기관 시설 실비 활용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김승철 대한항공 기술연구원 우주개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