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홍콩출신 배우 저우룬파…“할리우드 톱스타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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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저, 저우룬파입니다.

아, 한국에선 주윤발 (周潤發) 이라고 부른다죠.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에서 긴 코트를 걸치고 이쑤시개를 질겅거리면서 쌍권총을 뽑아든 제 모습 기억하시죠. 그걸 쑥스럽게도 '고독한 영웅의 이미지' 어쩌고 했다죠. 제가 할리우드에서 처음으로 '킬러' (Replacement Killer) 라는 영화를 만들었답니다.

저하고는 '영웅본색' 으로 인연을 맺은 우위썬 (吳宇森) 감독이 제작을 맡고 안토이네 후쿠아라는 젊은이가 감독데뷔한 작품이에요. 우위썬감독 아시죠. 전세계적으로 '브로큰 애로우' '페이스 오프' 가 대히트하는 바람에 요즘 할리우드에서 이름 값이 하늘을 찌르죠.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어보니 홍콩에서 일할 때와 어떤 차이가 있나.

- (질리도록 듣는 질문입니다.

그래도 웃는 낯으로 답해야죠. 난 스타니까. ) 할리우드는 시스템이 잘 짜여져있어 홍콩에서처럼 우왕좌왕하는 게 거의 없어 편했다.

홍콩과 달리 토, 일요일은 무조건 쉰 것도 과학적인 제작방식 덕이었다.

▶우위썬감독이 제작을 맡았는데 영화 내용에는 얼마나 관여했나.

- 내가 동양사람이고 그 동안의 내 이미지가 있으니까 그런 캐릭터를 어떻게 영화 속에 융합시킬지 감독에게 늘 조언하고 서로 의논했다.

(신인 감독을 왜 기용했겠습니까. 부리기 좋으니까 그랬겠죠. )

▶신인감독이라도 그의 스타일이 있지 않겠는가.

-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어서인지 최근 히트한 음악이 많이 들어가고 짧은 숏들이 많은 것 같다.

▶영화를 좀 소개해달라 - (참 빨리도 묻는군. ) 악당 패거리에 의해 '존 리' 라는 중국인 킬러 (살인청부업자)가 고용된다.

그게 나다.

그러나 그가 죽여야하는 대상이 어린이라는게 밝혀지자 그는 결행을 못하고 다른 킬러를 고용하게 된다.

이 영화에는 미라 소르비노가 나오는데 그녀는 우연히 킬러와 악당사이의 사건에 연루되고 그러면서 이야기가 복잡하게 진행된다.

( '마이티 아프로디테' 에 나온 소르비노 아시죠. 흔히 백치미라 부르는, 좀 멍청하면서도 섹시한 여자말입니다.

이 영화에선 얼굴에 잔뜩 인상을 쓰는 역으로 나옵니다.)

▶ '킬러' 에서의 캐릭터는 이전 영화들과 얼마나 다른가.

- 별 차이를 못 느꼈다.

전형적인 '우위썬 (吳宇森) 영화' 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이번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배급되기 때문에 나에게도 아주 중요한 작품이다.

'아시아의 스타' 를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 미국에서 내년 여름에 우위썬감독과 한 편 더 하게 될 것 같다.

55년 양띠니까 내 나이 마흔이 넘었다.

이제 멜로물이나 코미디물같이 다른 장르도 좀 하면서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

세계적인 스타가 되면 그런 기회를 많아질 것 같다.

(요즘 한국은 '달러 빚' 얻어 쓸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내년 1월 개봉될 제 영화는 많이 봐 주세요. )

싱가포르 =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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