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신탁하의 대선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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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IMF로부터 경제신탁통치를 받게 된 처지에서도 대선후보들은 이 상황을 이용해 한 표라도 더 얻겠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다.

경제파탄이고 신탁통치고 간에 우선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국민에게 솔깃한 말을 할까 하는 생각밖에 없어 보인다.

이들이 어려워질 경제사정.실직.기업의 도산을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의 스산한 심정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분노마저 금할 수 없다.

IMF와 경제성장률을 3%로 합의했다면 당연히 따라올 것은 저성장에 따른 고통이다.

그렇다면 후보들은 이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솔직히 호소하고 국민의 동참을 촉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솔직한 말을 하기보다 오히려 내년 1년만 버티면 성장률 6~7%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느니, 1년 반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느니 하는 듣기 좋은 말로 국민들의 판단만 흐리게 만든다.

후보들은 일자리를 몇 백만개 새로 만든다느니, 소득 3만달러에 세계 5강국 진입이라느니, 농어촌투자에 1백조원을 넣겠다느니 하는 허황된 장밋빛 공약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들에게 땀과 눈물을 요구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자면 당연히 후보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자기에게는 없고 몽땅 정부와 상대후보 탓인 양 몰아붙이는 모습부터 없어져야 한다.

정치권이 이익집단의 눈치를 보느라 정기국회에서 금융개혁법을 처리하지 않은 것부터가 큰 실책 아닌가.

이제 누구에게 책임을 미룬다고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

과거와 같이 무엇무엇을 해주겠으니 표를 달라는 식이 아니라 고통에 찬 5년을 이렇게 극복하자고 호소해야 한다.

선거운동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더욱 더 검소하고 절약해야 한다.

또 비난과 비방이 아닌 국민의 각오와 결심을 돕는 차원의 운동이 펼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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