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74.미술 평론가…평론계 현주소(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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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화단에서 미술평론가에 대한 불신은 등단문제로부터 출발한다.

문학분야에서는 작가든 평론가든 신춘문예나 혹은 문예지라는 공식적인 등단절차를 통과해야만 활동할 수 있지만 미술계는 상황이 다르다.

속된 말로 아무나 평론가라고 이름붙이고 평을 쓰면 그뿐이다.

누구나 인정할만한 공식적인 관문 없이도 평론가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평단 내에서나 밖에서나 불신이 쌓이기 마련이다.

미술분야가 미분화되었던 50년대까지만 해도 문인이나 타분야 전공자가 미술에 관심이 있고 그림을 많이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평론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술의 분야가 확장되고 세분화된 지금까지도 객관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평론가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월간미술은 지난 4월호에 미술평론가 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한국의 미술비평가는 누구인가' 라는 특집기사를 꾸몄다.

미술평론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판단하고 90년대 미술비평의 현황과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특집이었다.

여기서 드러난 우리 평단의 현재 모습은 강단비평과 현장비평을 겸하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교수.강사직, 또는 미술관.화랑의 큐레이터와 평론을 겸하고 있는 사람이 전체의 80%나 차지했다.

전문비평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예이다.

이들을 등단 방식으로 나누어보면 일간지 신춘문예를 통한 등단이 모두 15명으로 20%를 차지했고 평론가협회등의 추천을 통해 평단에 나온 사람도 역시 15명이었다.

전 (前)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박래경 (朴來卿) 씨가 독일 유학 후 바로 평론가로 활동한 것처럼 나머지는 유학등 학위취득이나 주위 청탁을 계기로 평론가로 들어섰다.

이 설문과는 상관없이 평단의 공신력면에서 가장 권위있다고 할 만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사람을 꼽아보면 모두 30여명에 이른다.

미술평론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는 63년 오광수씨가 당선된데 이어 윤우학 (尹遇鶴).윤범모.유홍준.서성록 (徐成綠).박신의.윤진섭 (尹晋燮).이종숭 (李鍾崇).오세권 (吳世權).임두빈 (任斗彬).김숙경.김현도 (金賢道) 씨등이 당선됐다.

이외에 원동석씨는 67년 서울신문, 박용숙씨는 69년 중앙일보를 통해 각각 등단했다.

강성원씨와 공영희씨등은 조선일보를 통해 평단에 나왔다.

국내 서양미술사 박사 1호인 이화여대 윤난지 (尹蘭芝) 교수는 국내에 페미니즘 미술을 이론적으로 지원한 김홍희씨와 함께 평론가협회의 추천을 통해 등단했다.

이외에 미술기자 출신에서 평론가로 전환한 사람도 다수 있다.

이미 50년대에 코리아 헤럴드의 천성복 문화부장이 당시 무명이던 박수근의 작품평을 써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등 저널리즘 평론이 시작됐다.

이후 계간미술의 유홍준과 윤범모.이영철, 그리고 동아일보 미술기자 출신 이용우 (李龍雨) 와 한겨레신문의 이주헌 (李周憲) 등이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평론가의 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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