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종금 9사 영업정지 파장(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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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돈이 거래되는 '자금시장' 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설마설마 하던 종금사 영업정지 조치가 현실화하자 돈은 돌지 않고 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종금사가 취급하는 기업어음 (CP) 은 아예 장이 서지 않아 단숨에 금리가 연 23%대로 뛰어올랐다.

회사채 유통수익률도 거래가 거의 끊긴채 연 18%대로 높아졌다.

채권및 CP시장은 당분간 마비될 전망이다.

특히 CP의 겨우 주로 은행신탁계정이 종금사를 통해 사왔는데 종금사가 언제 무너질지 몰라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일 CP 유통수익률이 단번에 4%포인트 이상 뛴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가 돈의 수요와 공급으로 정해진다는 상식은 이미 통하지 않는다.

자금시장의 수급 (需給) 을 표시해주는 지표로서의 의미를 잃은 상태다.

요즘 금리는 돈이 모자라서 뛰는 것이 아니다.

은행이 예금 빠질 때를 대비해 평소 쌓아둬야 하는 지급준비금 누적액 (지준적수) 이 8조3천억원을 넘은 상태다.

보통 은행에 돈이 여유있을 때의 지준적수가 1조원이다.

돈 자체는 엄청나게 풍성하다는 얘기다.

결국 돈이 돌지 않고 꽉 막혀 있는 것이 문제다.

돈을 돌릴 곳을 찾지 못해서다.

이미 기아사태 직후부터 나타나던 현상인데 종금사 영업정지 조치로 돈의 흐름은 '올 스톱'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신용경색' 이 나타나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은행이 종금사에 전혀 자금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

1일 8개 종금사에 하루짜리 콜자금을 줬던 은행들이 고스란히 돈을 떼이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종금사가 언제 망할지 모르는데 함부로 자금거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도 꽉 막혔다.

타이트한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연쇄부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 기업의 자금난이 불보듯 하게 됐다.

금리가 높아진데다 비싸게라도 돈 구하기조차 어려워졌다.

특히 영업정지를 당한 종금사와 거래하던 기업체들이 비상이다.

다른 거래선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기존 거래기업에 대해서도 자금을 회수하는 마당에 신규거래를 터줄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

그 과정에서 돈줄이 막혀 부도를 맞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은행도 국제결제은행 (BIS) 의 자기자본 지도비율 (8%) 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줄이고 있다.

은행.종금이 모두 자기들 내부사정으로 기업의 자금줄을 바짝 죄고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 (IMF) 이 이미 금리를 연 18~20% 수준으로 권고하고 나섰다.

더욱이 자본시장 개방에 따라 해외투자자금을 유치하려면 당분간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금리는 한동안 오르막길을 걷게 됐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적어도 연 18%대에 머무른뒤 하반기들어 연 16%대로 다소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고금리 속에서도 자금이 제대로 돌도록 경색현상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금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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