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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小馬卽死' 치유책은 없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정말 대책이 없습니다.

은행 신규대출은 꿈도 꾸지못하는데다 종금사의 어음할인은 커녕 대출금 회수독촉이 심해 당장 직원 월급줄 생각은 엄두도 못냅니다.

어떻게 부도를 막아야할지 하루하루가 피가 마르는 심정입니다."

한보부도이후 연일 자금난에 시달려왔던 중소기업들이 최근 환율급등과 금리상승의 이중고 (二重苦)에 IMF의 충격이라는 삼각파도가 겹치면서 막바지 벼랑끝으로 몰리고있다.

중소기업인들은 이같은 3각파도로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올 연말부터는 연쇄부도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입을 모으고있다.

잇따른 대기업들의 감원과 비용절감대책은 그대로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전가되는 상태다.

대기업의 기침소리에 중소업체들은 독감의 정도를 넘어 폐렴의 상태로 까지 이어지고있다.

사정이 이처럼 악화되자 자금난에 시달린 중소기업 사장들의 자살이라는 우울한 소식이 잇따르고있으며 심지어 1천원이라도 자금을 보태달라는 중소기업 사장의 신문광고까지 등장하는 일까지 벌어지고있다.

IMF체제아래서 그나마 중소기업 자금지원의 마지노선이었던 금융권의 중소기업 의무대출제도마저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보이질 않는다.

부도어음에 대해 피해를 보상해주기위해 9월부터 어음보험제도가 실시됐지만 올 예산은 1백억원에 불과해 사정이 급한 중소기업들에게는 '언발에 오줌누기' 다.

정부당국도 중소기업의 애타는 사정에는 속수무책이다.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 경제위기의 파도속에 한계기업의 퇴장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의 몰락은 장차 경제회생의 디딤돌 자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대기업들이야 대마불사 (大馬不死) 다 뭐다하며 어떻게든 견뎌볼 수있겠지만 우리같은 중소기업들은 자금같아서는 그야말로 소마즉사 (小馬卽死) 입니다.

" 중소기업인들은 대마 (대기업) 몇마리의 몰락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지만 소마 (중소기업) 의 무수한 도산에는 흔적도, 반응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하고있다.

대마불사 (大馬不死)에 대한 대책못지않게 소마즉사 (小馬卽死)에 대한 치유책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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