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대 국회 달라진 게 뭐가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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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정말 실망스럽다. 3분의 2가 새 인물로 채워졌건만 그 행태는 과거 국회와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래놓고 정치개혁이니 새 정치니 떠들어봐야 아무 설득력이 없다. 17대 국회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마저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이번 표결은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부결의 1차적 책임은 물론 한나라당에 있다. 한나라당은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기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론 '과잉수사''표적수사' 운운하면서 당론 투표로 유도했다. 표결 후에 나온 한나라당 논평은 더욱 가관이다. "현행 선거법 체계와 형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검찰이 무리하게 법적용을 한 데 경종을 울린 것"이라니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이 선거법을 만든 16대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했던 당이 한나라당 아니었던가. 한나라당이 이런 자세를 바꾸지 못하면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열린우리당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표결 결과를 보면 열린우리당 의원 30~40명이 체포동의안 부결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16대 국회 때 한나라당의 '방탄국회'를 그렇게 비난했던 열린우리당이 17대 국회 첫 체포동의안을 부결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당은 달라도 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고수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거나 수사받고 있는 의원이 수십명인 데다 중앙선관위의 선거비용 실사결과에 따라 추가 기소자가 나올 전망이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동병상련의 심정이 발동한 것인가.

인신 구속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박 의원의 혐의는 이미 구속된 세명의 의원보다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에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더구나 여야는 지난 4월 총선의 공약마저 저버리는 도덕적 불감증을 드러냈다. 불체포특권을 제한하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은 의지가 수반되지 않은 말잔치에 불과했다. 이런 국회에 정치개혁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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