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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보트피플’ 베트남 난민 96명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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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불이익을 각오하고 고뇌 끝에 구했지만 옳은 결정을 했다는데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남베트남 패망 10년 뒤인 1985년 11월 남중국해에서 작은 나뭇배에 의지해 표류하던 베트남 난민(보트피플) 96명을 구한 전제용(68·경남 통영시·사진)씨가 13일 국회 인권포럼(대표 황우여)이 시상하는 ‘올해의 인권상’을 받는다.

전씨는 현재 통영 앞바다에서 멍게 양식장을 경영하면서 자신이 살린 베트남 난민들과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참치잡이 원양어선 광명87호(400t) 선장이던 전씨는 85년 11월 14일 인도양에서 조업을 마친 뒤 부산을 향해 남중국해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때 배 왼쪽 방향에서 파도 사이로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점 같은 물체를 발견했다. 쌍안경으로 보니 낡은 목선에 탄 10여 명이 흰색 천과 ‘SOS’가 적힌 판자를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베트남 난민들이 탄 보트라고 판단한 전씨는 이들을 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전씨는 “처음엔 10여 명 정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살펴보니 배 밑바닥에서 수십 명이 쏟아져 나와 96명이나 되더군요”라며 구조 당시를 회상했다.

구조된 베트남인들은 부산 해운대구에 설치된 베트남 난민수용소에서 살다 미국·캐나다·호주 등지로 새 삶을 찾아 흩어졌다. 하지만 베트남군 통역장교 출신으로 난민 무리의 리더 격이었던 피터 누엔(65)을 비롯해 그때 구조된 많은 베트남인이 ‘생명의 은인’인 전씨를 여전히 ‘캡틴’이라 부르며 한국을 방문하거나 편지·전자우편을 통해 계속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전씨는 난민구조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UN의 ‘난센상’ 2009년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54년 제정된 난센상은 UN의 노벨평화상으로 불리며 세계 난민의 날인 6월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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