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벌고 세상도 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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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초등생들의 분식집에서 어린이 손님들이 라면을 먹고 있다. 공주=김방현 기자

계룡산 갑사 입구 중장초등학교 앞에 있는 분식점은 종업원이 모두 어린 학생이어서 손님들의 눈길을 끈다. 중장초등학교 6학년생 7명이 공동 운영하는 '꼬마엔젤 분식점'이다.

주메뉴는 라면.떡볶이 등 분식류와 주스, 가격은 인근 일반 음식점의 30% 수준이다. 5평 남짓한 이 분식점에는 하루 평균 10~20명의 고객이 찾는다. 대부분 초등학생이지만 어른도 20%정도 된다.

학생들이 '돈벌이'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경제 마인드를 심어 주자는 취지로 박현수(35) 담임교사가 "장사를 해 보라"고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호기심이 발동한 정진주(13.반장)양 등은 관광객들에게 생과일 주스를 만들어 팔기로 했다. 6학년생 전체 9명 중 7명이 사업에 동참, 용돈을 아껴 모은 2만원으로 장사 밑천을 마련해 갑사 입구 주차장에서 과일주스 노점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한달만에 영업을 포기해야 했다. 기존 상인들이 영업에 방해된다며 항의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지난달말 학교앞 빈집을 무료로 빌려 분식점을 차렸다. 지금까지 번 수익금은 12만원 정도. 졸업 때까지 장사를 해 수익금으로 학용품을 구입하고 일부는 이웃돕기 성금으로 낼 계획이다.

정진주 양은 "부모님께 용돈을 받다가 직접 돈을 버니 보람있고 세상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공주=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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