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자동차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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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동계의 하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민주노총이 어제 벌인 총파업에는 현대자동차 등 금속연맹 산하 4개 완성차노조와 금속노조.서비스연맹.화학섬유연맹 등이 참여했다. 금융산업노조도 한미은행의 파업에 개입해 노사관계 긴장의 수위는 높아가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한국 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인 자동차 산업이 하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1987년 이후 매년 되풀이돼 온 자동차 노조의 파업은 부품업체와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끼쳐 왔다. 부평에 공장을 둔 대우인천차의 경우 파업을 하면 인수하지 않겠다고 미국 GM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2시간 동안 조업을 중단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을 따른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기술경쟁력을 높여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할 기회를 영영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가 이렇게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동안 GM과 일본 도요타는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GM은 98년 북미공장의 해외이전을 놓고 54일간의 장기파업을 겪으면서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포드차에 내주었다. 하지만 이 일을 교훈삼아 회사는 근로자에게 경영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했고, 근로자도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는 상생의 자세를 갖게 돼 다시는 파업이 벌어지지 않았다. 도요타자동차도 지난해 약 11조원의 흑자를 내고도 GM을 따라잡기 위해 3년째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했다. 지금 두 회사는 세계 자동차업계 1, 2위를 달리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노동계 지도부의 자세변화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근로조건과 무관한 이라크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강성노조인 전미자동차항공우주농업노조(UAW)가 투쟁일변도 노선을 접은 것과 대조된다. 이젠 경영진도 근로자에게 경영상태를 솔직하게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선진국이 벗어던진 투쟁의 노사관계를 반복한다면 결과는 공멸뿐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