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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6개월] 일본 드라마 국내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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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국내에서 방영한 일본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고쿠센’.

케이블 영화채널 홈CGV는 올초부터 꾸준히 방영해온 일본 드라마를 당분간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 2002년 일본 방영 당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할만큼 인기를 누린 '런치의 여왕'(후지TV)과 '롱 러브레터'(후지TV)'칩 러브'(TBS)를 잇따라 방영했으나 세 편의 평균 시청률이 0.21%(이하 TNS자료)로 채널 평균 시청률에도 못미칠만큼 저조했기 때문이다.

MBC 드라마넷과 OCN, SBS 드라마플러스 등 일본 드라마를 경쟁적으로 수입해온 다른 케이블 채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반기에도 일본 드라마를 계속 편성할 계획이지만 시청률 면에서 재미를 못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비록 케이블.위성으로 제한되기는 했지만 일본방송 2차 개방(1월 1일)으로 일본 드라마가 우리 안방에 들어온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소개된 일본 드라마는 40편이 넘는다. 그러나 SBS 드라마플러스의 '고쿠센'(1.72%.니혼TV)과 OCN의 '트릭'(0.74%.아사히TV) 등이 채널 평균 시청률을 넘기며 체면치레를 했을 뿐 대부분 낮은 시청률을 보였다. 일본 드라마가 한국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MBC드라마넷 김동진 국장은 "일본 방송사들이 한국 지상파 시장 개방을 대비해 파급효과가 큰 주요작은 아예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인기그룹 SMAP의 멤버 기무라 다쿠야 등 톱스타의 출연작이 소개되면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국장의 말처럼 일본 방송사들이 한국 지상파 시장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일본에서 시청률 30%를 넘기는 빅히트를 친 작품을 움켜쥐고 있다.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김영덕 연구원도 28일 발표한 '일본 드라마의 편성실태와 수용 현황'보고서에서 "일본에서의 시청률이 국내에서는 비례하지 않는다"면서도 "대형 히트 드라마는 아직 국내에서 방송되지 않아 예단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일본 드라마는 대부분 낡은 것들이다. MBC 드라마넷의 '101번째 프로포즈'(후지TV)와 '도쿄 러브 스토리'(후지TV)는 1991년 드라마. OCN의 '라이온 선생'(니혼TV)과 7월 방영 예정인 투니버스의 '워터 보이즈'(후지TV)가 2003년작으로 그나마 최신작이다.

결국 일본내 시청률보다는 얼마나 따끈따끈한 신작이냐, 또 소재가 참신한가가 관건인 셈이다.

동남아를 휩쓴 '101번째 프로포즈'가 한국에서 통하지 않은 반면 2002년 일본 방영 당시엔 8.9%로 범작이었던 '사토라레'(아사히TV)는 주변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읽는다는 독특한 소재 덕분에 0.62%(닐슨은 0.769%)로 선전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야쿠자 손녀인 여선생이 문제아반을 맡는다는 학원물 '고쿠센'역시 일본 방영 당시 17.4%로 소위 '대박'은 아니었다.

국내에서 일본 초히트 드라마를 볼 수 없는 데는 까다로운 저작권 문제도 있다. 일본 드라마는 방송사뿐 아니라 출연자도 저작권을 갖고 있어 수입 협상이 쉽지 않다.

한편 지난 6개월간의 시청 패턴을 살펴보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특히 20대 여성이 일본 드라마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영 시간과 상관없이 시청률 상위에 오른 드라마들은 20대 여성의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15~19세 여성 시청률이 그 뒤를 이었다. <표 참조> 확실한 매니어층 중심으로 시청이 이뤄지는 '섹스 앤드 시티'등의 외화 시리즈처럼 일본 드라마 역시 매니어 장르로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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