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학생들에겐 종이 신문이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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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청소년 신문 나린뉴스를 창간한 차현욱군(左)과 고재만군. [김태성 기자]

 고3 학생 둘이서 격주간 신문을 만든다. 청소년 신문 ‘나린뉴스’의 사장 차현욱(18)군과 경영지원실장 고재만(18)군이 그 주인공. 경기도 분당 돌마고 3학년 동급생인 이들은 3월 4일 창간호를 시작으로 3호까지 성공적으로 신문을 발행했다. 나린은 ‘하늘에서 내려온 아이’란 뜻의 순우리말로 ‘청소년들이 태어나면서 갖고 있는 재능을 펼칠 공간을 주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들이 신문 발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6년, 같은 이름의 청소년 웹매거진을 만든 것이 계기였다. 차군은 “기존의 청소년 매체는 어른들이 만들기 때문에 청소년의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청소년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소통하는 장(場)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공부하랴, 학원가랴 정신없는 학생들에게 인터넷 신문은 그림의 떡이다. 고군은 “학생들은 인터넷을 할 시간도 제대로 없다. 학교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종이 신문이 편리하다고 생각해 인터넷 웹진을 종이 신문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나린뉴스는 전국에 있는 20명의 학생 기자가 기사를 작성한다. 대학생이 4명, 고등학생이 15명이고 중학생도 1명 있다. 사설도 학생들이 쓴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수렴한다’는 편집 원칙 때문이다. 학생들은 매주 두세 차례 오후 11시 인터넷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회의하고 기사를 서로 고쳐주며, 사진을 전송한다.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발행되는 24면짜리 나린뉴스는 교육·시사·논술·국제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그중에서 ‘민석이의 공자왈’이 인기가 높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한학을 공부한 정민석(분당 양영중 1)군이 공자의 말씀을 중고생의 현실에 적용해 쓰는 칼럼이다. 1일자 칼럼에는 공자가 제자 유(由)에게 말한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이라는 내용이 소개됐다.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로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께 전화기를 빼앗긴 학생이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정군은 ‘필수품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수학 공부는 해서 뭐하랴’는 말로 비판했다.

이 신문의 발행부수는 1만 부. 경리 장부를 대신 정리해 주는 회계사, 주말에 사무실을 빌려주는 학원 원장, 기사 작성과 취재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수 등 10여 명의 어른이 자원봉사로 나린뉴스를 돕는다. 광고국장격인 고군은 “광고를 따내기 위해 기업을 찾아가면 ‘정말 너희가 신문을 만드느냐’는 이야기를 듣기 일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군의 활약으로 나린뉴스는 회당 7~8건의 광고가 실린다. 경영상태는 ‘간신히 작은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두 학생은 신문 매니어다. 차군은 “인터넷 시대가 정보의 홍수라고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다. 정제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신문을 즐겨 읽는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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